북한이 12일 "다종화된 우리 핵 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고 밝힌 것으로 미뤄 이번 3차 핵실험에는 지금껏 사용한 플루토늄이 아닌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핵실험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부 예상처럼 단기간에 데이터를 얻기 위한 동시다발 핵실험이 실시되지는 않았다.
북한은 이번에도 1, 2차 때와 마찬가지로 함북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해발 2,205m) 중턱의 수평 갱도를 핵실험장으로 택했다. 풍계리는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이 즐비한 산악지대다. 인구도 적고 지하 핵실험에 적합한 암반 지대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암반은 핵실험 이후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물질의 유출을 막아준다. 수평 갱도는 수직 갱도와 효과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뚫기가 쉽고 관측ㆍ감지 장비를 설치할 때 외부에 노출되기 십상인 대형 크레인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폐광 등을 활용하면 비용도 절약된다.
수평 갱도 내부에는 핵폭발 충격 흡수와 방사능 물질 차단을 위한 다단계 장치가 구비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당시 방사능 핵종이 탐지되지 않은 것은 이런 구조 덕분이다. 만탑산 수평 갱도는 핵실험 폭발 장치가 위치한 끝부분이 낚시 바늘처럼 휘어져 있고, 통로는 지그재그 모양으로 설계됐다. 통로 9곳에 강한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차단문이 설치됐고 갱도의 방향이 꺾이는 4, 5번 차단문 뒤와 9번 차단문 앞에는 핵폭풍ㆍ잔해 격납 공간이 마련됐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투입한 비용을 11억~15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우선 영변의 핵연료 제조공장과 재처리시설, 5MWe 원자로, 100MWt 경수로, 평산의 우라늄 정련공장 등 핵시설 건설에 절반이 넘는 6억~7억달러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HEU 추출을 위한 원심분리기 제작 등 농축시설 건설에는 2억~4억달러가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핵무기를 설계ㆍ제조ㆍ실험하는 데에는 1억5,000만~2억2,000만달러가 소요됐다는 평가다. 북한은 초보적 수준의 핵무기를 최소 2기 이상 보유한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건설하고 두 차례 핵실험을 하는 데에는 1,000만달러가, 핵융합 반응의 연구로 설계와 제작에는 1억~2억달러가 각각 사용됐을 거라는 추산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ㆍ미사일 개발에 투입한 비용을 모두 합치면 옥수수 933만~1,066만톤을 살 수 있는 28억~3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북한 주민 전체에게 31~36개월 간 공급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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