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준을 앞두고 '인사청문회'와 '인사검증'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2000년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된 후 2002년 7월과 8월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두 명이 연이어 국회인준을 통과하지 못해 낙마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참여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의 자질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 국무위원도 청문회 대상에 포함시켰다. 검증의 대상과 폭이 확대되고 여론의 관심도 높아진 이후 자진사퇴를 하거나 후보자가 교체되는 과정은 다반사였다.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의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에는 청문회 검증 방식에 대한 회의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과 원칙에 따른 후보자와 그 주변에 대한 엄격한 검증인지, 아니면 과도한 신상털기를 통한 의혹제기인지 여부의 판단은 사실상 후보자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불법과 편법이라도 해명할 수 있고, 반대로 준법적인 행동이었음에도 오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장전입을 필두로 한 검증 필수 항목으로 등재된 부동산 투기, 병역면제, 논문 중복게재 등 이런 청백리(淸白吏) 논쟁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지 반문해 보게 된다. 한 두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지난 십 수년간 반복적으로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 지도층은 절실한 과제 중 하나로 '바보 리더십'에 주목해야 한다. 바보 리더십이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편법과 자기 이익을 위한 기교를 덜 부리는 리더에 의해 발현된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바보를 바로 보는 사람, 바로 꿰뚫어 보는자, 그리고 바로 보살펴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바보스러운 모습은 스스로 권력과 자본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겸손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워렌 버핏이 부자 증세를 주장한 것은 그래서 대표적인 바보 리더십의 표출이다. 고 스티브 잡스가 언급했던 "항상 갈망하고, 바보처럼 고지식해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말도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각성하고 원칙을 따르라는 의미다. 항상 과욕과 자만은 편법과 불법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바보 리더십에서 발현되는 실천의 결과는 모두 사회와의 소통으로 간주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가 사회 지도층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제 자신이 속한 사회의 대중과 어떤 소통을 하고 있는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대중이 공감하고 그들의 존경을 이끌어내는 소통을 해왔는가? 정답은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지 않았던 아주 기본적인 의무, 특권이 있다면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소박한 실천을 내가 먼저 행동했는지 여부다.
똑똑이 리더십의 소통은 대부분 사후 반응적이며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한다. 문제가 생기면 대응하고 설득하여 대중을 기준과 원칙에 입각해 논리적으로 압도해 버린다. 반대로 바보 리더십의 소통은 사전 예방적이며 상대와의 공감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의외성을 갖게 한다. 가장 기본적인 행동 임에도 대중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실천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대중 사이에 회자된다. 소통이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을 했대'라는 문장에 그동안 청문회에 나섰던 많은 지도층 인사들의 사례를 접목시켜 바보 리더를 상상이라도 해보자.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청문회 자리에 서게 될 공직 후보자들이 한번만이라도 자신이 했던 바보 리더십의 실천은 무엇이었는지 되새겨 보길 권한다. 국민들은 한 인물에 대한 반복적인 신상문제 보다는 그들이 한번이라도 바보 같은 실천을 했는지 여부라도 살펴보고 그 행동에 관심을 주는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었으면 한다.
사흘 후면 스스로를 바보라 불렀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4주기가 된다. 이즈음 세태를 보면 그 어느 때 보다 바보같은 지도자들이 그리워지는 때다. 지나치게 똑똑하게만 살아온 우리 모두 오히려 너무 바보스럽게 살아가고 있다는 아쉬움과 그에 대한 경고의 문구가 '나는 바보'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 지도층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제일 먼저 자문해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바보인가?"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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