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정선재)는 12일 수천억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으로 기소된 '선박왕' 권혁(63) 시도상선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을 선고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법인세 포탈 혐의로 함께 기소된 시도상선의 홍콩법인 시도카케리어서비스(CCCS)에 대해서도 벌금 26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 회장이 2006~2009년분 종합소득세 1,672억여원과 2007~2009년분 법인세 612억여원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선박 건조자금 횡령 혐의 등은 무죄, 페인트회사 등에서 커미션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핵심인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 "국내 체류일수와 부동산 및 주식 등 국내 자산 보유 현황, 객관적인 생활관계 등을 종합해보면 권 회장은 국내에 삶의 터전을 두고 사업활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납세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국내 자산을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양도하고, 국내에서의 직업과 소득을 은폐하는 등 적극적인 부정행위로 소득세를 포탈한 것으로 보여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권 회장은 성실히 납세한 대다수 국민들에게 큰 박탈감을 주면서 국가 재정에 손실을 입히고 해외 재산 은닉으로 국민경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사실을 은닉하고 반성하지 않는 등 죄질이 불량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2011년 4월 권 회장이 9,000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상 최대 규모인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뒤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권 회장이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며 사업하는 것처럼 위장해 2006~2009년 총 2,200억원대의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탈세한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권 회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돼 권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대형선박 160척(국세청 발표 기준)을 보유해 한국의 '선박왕'으로 불린 권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일본에서 주로 생활했고 사업의 중심지도 일본에 있어 국내 거주자가 아니다"라며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권 회장은 이날 선고 직후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하고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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