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국무장관 행을 막았던 미국 상원의 '보류(홀드)' 카드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와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마저 위협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0일 백악관이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사건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두 지명자의 인준 투표를 유보시키는 홀드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레이엄은 지난해 11월에도 벵가지 사태와 관련한 라이스의 발언을 문제 삼아 그가 국무장관에 지명되면 홀드하겠다고 경고해 라이스를 낙마시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로 인해 라이스 대신 존 케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해야 했다.
그레이엄은 이날 "벵가지 사태 당시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백악관이 리비아 정부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느냐"고 CBS방송에 말했다. 지난해 9월 11일 벵가지 테러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4명이 숨질 당시 오바마의 행적을 내놓으라는 요구다. 그러나 화살이 오바마로 향할 이 같은 요구를 백악관이 공개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토미 빅터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국가안보 관련 자리를 놓고 정치 놀음을 해선 안 된다"며 상원의 신속한 인준 투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의원 1명이라도 홀드를 걸면 인준 투표가 중지되기 때문에 그레이엄이 행동에 나서면 인준 투표는 어려워진다. 상원의원 60명의 동의를 얻으면 비공식적 필리버스터로 불리는 이 홀드를 종결(클로처)시킬 수 있지만 현재 민주당 의석(55석)으로는 이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국방 및 정보의 수장 자리가 장기간 공석으로 남아 있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2005년 민주당의 홀드로 인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존 볼튼 유엔대사 지명이 무산된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부시 정부는 두 차례의 클로처 시도가 무산되자 휴회 중 임명이란 편법을 써 볼튼을 유엔대사에 앉혔다. 그러나 볼튼은 1년 뒤 의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도 공식 인준이 불투명해지자 자진 사퇴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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