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가톨릭계 수장인 교황 베네딕토 16세(85)의 갑작스런 사임 배경은 무엇일까. 교황이 생전에 스스로 사임한 것은 719년 만의 일인데다,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라는 것 외에는 사임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바티칸 교황청이 밝힌 교황의 사임 이유는 '건강 악화에 따른 업무능력 부재'다. 1927년생인 교황은 2005년 4월 제265대 교황에 즉위했다. 선출 당시 나이가 78세로, 1730년 교황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간 선출된 교황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다.
교황은 즉위 이전에 두 차례나 심장 발작을 경험했고 고혈압과 퇴행성 관절염 등 지병도 앓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에는 미사를 집전하러 이동하면서 직전 교황이었던 고(故) 요한 바오로 2세가 이용한 이동식 연단에 몸을 맡겨 건강 악화설이 더욱 불거졌다. 당시 교황청은 교황의 피곤함을 덜어주기 위해 이동식 연단을 사용했을 뿐 의료적 이유는 없다며 건강 악화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교황이 올해로 예상되던 신임 추기경 임명을 1년이나 앞당겨 지난해 10월 진행하면서 그의 건강 악화설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교황 선거권이 있는 최대 120명의 80세 미만 추기경을 확보하기 위해 급히 신임 추기경을 임명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임명된 6명의 신임 추기경은 모두 80세 미만이며, 이들의 임명을 통해 추기경 수 역시 정확히 120명을 채웠다. 로이터 통신은 "교황이 이미 2010년 자서전에서도 생전 퇴위가 가능하다고 계속 말해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부 권력투쟁에 초점을 맞추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교황청 권력을 둘러싼 비리문서가 바티칸 외부로 유출되는 '바티리크스(바티칸+위키리크스)' 스캔들로 교황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사퇴 압력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문서를 유출한 범인이 교황의 시중을 들어온 집사 파올로 가브리엘(47)로 밝혀지면서 가톨릭계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 외신들은 교황과 반대파 간의 내부 권력투쟁 가능성을 제기했다. 교황은 또 사제들의 과거 아동 성추행 추문이 잇따라 불거져 여러 차례 사과하는 등 곤경을 겪으면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새 교황 선출은 늦어도 3월말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하면 3월 중순에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가 열려 차기 교황을 선출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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