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 의사 3명이 10일 나이지리아 동북부 요베주 포티스쿰에서 무장 괴한들에 의해 살해됐다. 현지 경찰은 자국 이슬람 급진 단체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요베주에 파견된 북한인 의사와 간호사 등 18명 가운데 의사 3명이 10일 오전 1시쯤 숙소 외벽 담장을 넘어와 뒷문으로 침입한 무장 괴한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AFP통신은 "경찰이 사건 발생 이후 현장에 도착해 범행용 흉기와 목이 베인 남자 시신 3구를 숙소에서 발견했다"며 "피살자 부인들은 겁에 질려 숙소 밖 화단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무장 괴한들이 약탈을 위해 북한 의사들이 머물던 거주지를 샅샅이 뒤졌다"며 "붙잡힌 사람은 아직 없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등 북한 의료인들은 요베주와 북한의 의료지원 협정에 따라 2005년부터 나이지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포티스쿰 병원에 파견돼 근무해왔다. 요베주의 경제 중심지인 포티스쿰은 북부 무슬림과 남부 기독교도의 종교 분규 등으로 최근 수년간 테러가 끊이지 않았다. 사건 발생 이틀 전인 8일에는 무장 괴한들이 외국인 소아마비 전문병원 2곳을 습격해 외국인 의료진 등 최소 10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범행 직후 스스로를 배후라고 밝힌 조직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으나 경찰과 외신은 이슬람 급진단체 보코 하람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이슬람 교리만을 중시하는 보코 하람이 자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공격을 했다는 것이다.
현지어로 '서구 교육을 금지하자'는 뜻의 보코 하람은 나이지리아의 탈레반을 자처하면서 정부를 전복하고 이슬람 교리에 근거한 국가를 세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AP통신은 "2002년 나이지리아 동북부 보르노주에서 결성된 보코 하람의 테러로 2012년에만 790명 가량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는 자국에 머물고 있는 북한인 의사와 엔지니어 등 수십 명에 대한 경호인력을 사건 직후 투입했다.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북한 의사들은 평소 경찰 호위를 받지 않았으며 사설 경호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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