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3)의 라이벌은 역시 동갑내기 일본의 아사다 마오(23)였다. 당장 다음달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와 내년 2월 소치동계올림픽까지 김연아와 아사다는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아사다는 10일 일본 오사카에서 끝난 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시즌 최고점인 205.45점으로 우승했다. 9일 쇼트프로그램에서 74.49점을 기록했고, 다음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30.96점을 올렸다. 둘 모두 올 시즌 최고점이다. 결국 김연아가 지난해 복귀 무대인 독일 NRW 트로피 대회에서 작성한 시즌 최고점(201.61점)을 3.84점 경신했다.
김연아는 지난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67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종합 210.77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ISU가 주관하는 국제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최고점은 NRW 대회에서 기록한 것이다. 올 시즌 그랑프리에서 3차례나 우승한 아사다는 4대륙 선수권에서도 주무기인 트리플 악셀(정면으로 뛰어 세 바퀴 반 회전)을 앞세워 김연아의 기록을 넘어섰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 정상 자리를 두고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한국과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세계 빙상계가 주목한 라이벌 구도였다. 둘은 시니어 무대에 진출한 뒤에도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1위 자리를 번갈아 휩쓸며 피겨 흥행을 주도했다. 2008년 세계선수권은 아사다가, 2009년 세계선수권과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김연아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아사다는 다시 2010년 세계선수권 정상을 되찾으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아사다는 결정적인 순간만 되면 늘 김연아에게 무릎을 꿇었다. 훈련에서 성공 확률이 높던 트리플 악셀이 실전에서는 유독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 빙판에 넘어졌다. 결국 아사다는 기본 점수만 8.5점인 고난도의 점프를 한 동안 프로그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연아의 복귀와 더불어 훈련량을 늘렸다. 주무기인 트리플 악셀을 다시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기록한 시즌 최고점도 쇼트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성공한 덕분에 가능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두 발로 착지했지만 엉덩방아를 찍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1년 8개월의 공백 기간에도 불구하고 두 대회 연속 200점대를 기록한 김연아. 한 때는 독이 됐던 주무기를 다시 장착한 아사다. 둘은 다음달 10일부터 17일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약 2년 만에 맞대결을 펼친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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