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잠잠했던 유로존 위기가 최근 다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요주의' 국가들의 정치불안과 대규모 국채만기가 부각되고 때 아닌 유로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경제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유로존 3ㆍ4위 경제국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금리(8일 기준 4.55%, 5.36%)는 이달 들어 각각 0.23%포인트, 0.15%포인트씩 급등했다. 한때 국채발행의 한계선인 7%를 넘나들던 것이 작년 말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지만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국가부도 위험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다시 오르고 있다. 이탈리아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초 220bp(베이시스포인트ㆍ0.01%포인트) 선이었으나, 8일 기준 267bp까지 상승했다. 스페인도 240bp대에서 285bp로 급등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정치권발 악재 때문. 이탈리아에서는 재산세 폐지 및 환급 공약을 내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다음달 총선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현 마리오 몬티 총리의 긴축정책이 뒷걸음칠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 스페인도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와 집권당이 수십 년간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의혹이 제기돼 자칫 그 동안의 개혁동력이 약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예정된 국채 만기 물량 중 가장 큰 규모가 2~4월 사이에 몰리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탈리아는 2월(약 498억유로)과 4월(476억유로)이 고비고, 스페인도 4월(272억유로) 대거 만기를 맞는다. 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까지 포함한 이른바 'PIIGS 5개국'의 2~4월 국채 만기액은 올 전체의 3분의 1이나 된다.
최근 15개월 만에 달러 대비 최고치를 경신하며 주요 통화 중 '나 홀로' 강세를 띠고 있는 유로화 환율도 부담이다. 가뜩이나 취약한 경기가 통화강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이중의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유럽팀장은 "그 동안 묻혀 있던 유럽 위기국의 취약한 경제체질이 최근 정치 불안으로 다시 부각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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