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어머니가 친권 및 양육 소송에서 이겼더라도 "아빠와 같이 살겠다"는 유치원생 아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2005년 결혼한 A(39ㆍ여)씨 부부는 3년 만에 이혼하면서 공동 친권자로 6개월마다 번갈아 아이를 기르기로 하는 조정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남편 B(42)씨는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아들을 넘기지 않았고, A씨는 B씨를 상대로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과 변경을 위한 소송을 내 승소했다. B씨가 그래도 아이를 내놓지 않자 법원 집행관이 2010년 3월 아이를 데리러 갔지만 B씨가 아이를 껴안고 불응해 1차 강제집행은 실패로 끝났다.
아이가 만 6세가 된 지난해 6월 A씨는 법원 집행관과 함께 어린이집에 있던 아이를 데려오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가 '엄마와 같이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집행관은 '아빠와 살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현했으므로 집행 불능'이라고 고지하고 집행을 종료했다. A씨는 이에 대해 다시 이의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02단독 손흥수 판사는 11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엄마와 아빠 중 누구와 살 것인지 본인의 의사를 표명하는 데 특별한 제약이나 문제가 없는 6세 아이 본인이 집행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집행을 하지 않은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이의 나이, 지능 및 인지 능력, 강제집행의 경위와 정황, 집행관의 재량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6세의 어린 나이지만 사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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