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주들이 뿔났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도 배당을 하지 않자, 누적된 불만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헤지펀드 그린라이트 캐피털은 애플이 우선주 발행 조항을 삭제하려는 것과 관련, 뉴욕 소재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7일(현지시간) 전했다. 애플 주식 130만주(평가액 기준 6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그린라이트의 데이비드 아인혼 회장은 이날 CNBC방송에 출연해 "우선주 발행조항을 삭제하자는 애플의 제안은 이사회의 주주 가치 제고 능력을 제한하는 것인 동시에 주주들에 대한 보상의 길 가운데 하나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소송 이유를 밝혔다. 우선주는 의결권은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많은 배당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 주식이다.
현재 애플이 보유한 현금(현금성 자산 포함)은 1,3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150조원에 달한다. 37조원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4배 규모. 작년 한 해에만 400억 달러나 현금비축액이 늘어났다.
하지만 애플은 다른 미국기업들과 달리, 배당에 대해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스티브 잡스 창업주는 생전에 '배당 보다는 투자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게 낫다'며 철저하게 무배당원칙을 고집했다. 잡스가 사망하고 팀 쿡 CEO가 취임하면서 배당정책을 일부 수정, 지난해 3월 마침내 17년 만에 현금배당(주당 2.65달러)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쥐꼬리'만한 수준이었다.
애플이 돈을 벌면 벌수록 주주들의 배당요구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 그런데도 애플은 배당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 관련 조항삭제안을 발의하려 하자, 그린라이트 캐피털이 총대를 매 결국 소송까지 내게 된 것이다. 아이혼 회장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보유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준다고 해서 회사가 위험에 처하지도, 재정적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애플은 이날 "이사회와 경영진이 현금 배분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문제에 대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추가 배당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이 과연 주주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풀지는 여전히 미지수. 세계경기 침체에다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도 갈수록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어서, 애플로선 가급적 많은 현금을 보유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애플의 추가 배당 가능성이 전해지자, 지난달 25일 450.50달러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던 애플의 주가는 이날 3% 상승해 468.2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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