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일러스트의 번역서에 밀려 우리 고유의 풍습과 전통문화를 담은 그림책이 제 자리를 빼앗긴 지 오래다. 시적 문학성을 강조하며 작가들이 의기투합한 시 그림책 시리즈 첫 권인 (보림 발행)와 재일조선인 2세로 전통문화를 강조한 책을 내온 홍영우 작가의 전통문화 그림책 (보리 발행)는 예스러운 서정과 맛깔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소설가 한승원씨가 오래 공 들인 이야기를 담은 는 귀가 어두운 데다 글자도 모르는 큰스님이 쉬지 않고 목탁을 깎으며 수행하는 과정이 맑은 울림처럼 이어진다. 목판화가 주는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에 중첩된 색의 깊이가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앞으로 김혜순, 이제하, 한창훈, 장석남, 김소연, 이진명, 나희덕 등 이름 난 문인들이 이어서 이야기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는 옛 사람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전래동화 소재들을 모아 재미있는 그림책으로 엮는 홍영우씨의 열세 번째 작품으로 강원 삼척 지방에 전해져 오는 신기한 부채 이야기다. 코를 길게 늘이는 빨강 부채와 다시 그 코를 줄이는 파랑 부채를 얻은 나무꾼이 이런 속임수를 써서 욕심을 채우다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기교를 많이 넣지 않았지만 그런 고전적인 이미지 덕분에 메시지 전달이 명쾌해졌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