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통화시장의 불안감이 점차 가라앉는 모습이다. 달러 당 100엔 대까지의 엔화 하락이 기정사실화 하면서 '질서 있는 하락세'가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1일 86.73엔에서 출발해 지난 7일 94엔 대를 위협할 정도로 올랐지만, 일일 변동폭은 1엔 내외의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한 때 요동쳤던 원ㆍ달러 환율도 최근엔 1,090원대 초중반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시장이 다시 요동칠지 모르는 소강상태에 불과한 만큼 오히려 위기 대응시스템에 더욱 고삐를 조일 때다.
엔ㆍ달러 100엔 대에 대한 폭넓은 공감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는 엔저 용인 신호에 따른 것이다. 일본에선 지난 6일 무제한 금융완화책에 반대했던 시라카와 일본은행(BOJ) 총재가 조기 사퇴를 천명하면서 엔저 지속에 대한 확고한 신호를 던졌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립튼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당일 BOJ가 인플레이션 목표를 1%에서 2%로 올린 데 대해 "적절한 결정"이라며 미국의 속내를 내비쳤다. 그 동안 과도한 엔저 진행을 우려해왔던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을 슬쩍 뒤집는 언급이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추가 엔저를 용인하는 입장을 암시했다. 그는 그제 ECB 통화정책 후 "유로화 절상이 계속돼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다른 중앙은행이 고의로 통화 가치를 내리는 것 같지는 않다"는 말로 사실상 엔저를 지지했다. 요컨대 1995년 '역플라자합의' 때처럼 달러ㆍ유로ㆍ엔이 모두 엔저를 뒷받침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달러 당 100엔 대까지 엔화 하락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이상 우리로서도 물가상승 기대치의 상향조정 및 금리인하 등 지나친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한 조치를 본격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 국내 증시를 중심으로 막대한 규모의 국제 투기성자금의 '치고 빠지기'식 단기 유출입이 부쩍 빈번해진 만큼 외환시장 요동 방지책도 가동돼야 한다. 검토 중인 '한국형 토빈세' 등의 선제적 시행을 서두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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