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사태는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당시 신한금융지주 신상훈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된 금융계 초유의 사건. 신 사장이 이전 보직인 신한은행장 시절 회삿돈을 횡령하고 부당한 대출 압력을 행사해 은행에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이 장기 집권을 위해 신한 사태를 주도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명박 정부가 TK정권 재창출을 위해 국내 제1의 금융지주사 회장에 호남 인사가 앉는 걸 원치 않았고, 이런 기류에 영합한 신한금융의 반(反)신상훈 파가 당시 차기 회장 1순위로 꼽히던 전북 군산 출신의 신 사장을 무리하게 고소했다는 의혹도 있다. 라 전 회장은 경북 상주 출신이다.
신한 사태 이후 신한금융은 "탕평 인사로 갈등이 봉합됐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계에선 아직까지 후유증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사장 고소를 주도했던 박모씨 등 라 전 회장과 당시 이백순 신한은행장 인맥으로 꼽히는 인사들은 주요 요직을 꿰찬 반면, 신 사장 측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모두 한직으로 밀려났거나 해임됐기 때문이다.
신한 임직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이 형식상 퇴임했다지만 인사를 보면 그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조직 안정과 화합 차원에서 진정한 탕평 인사와 함께 각종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은 마쳤으나 신한 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그대로 남은 상태다. 이른바 '남산 3억원'비자금의 실체가 대표적이다. 재판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측에 3억원이 건네졌다는 당시 박모 신한은행 비서실장의 증언이 나왔지만, 검찰은 "신한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비자금 의혹과 관련, 최근 라 전 회장과 이 전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라 전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의 성격도 규명돼야 한다. 검찰은 2010년 조사 당시 개인 투자금이라는 이유로 돈의 출처를 조사하지 않았으나,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운영하며 조직적으로 관리해 온 비자금의 일부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라 전 회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만 신한 사태의 전말이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라 전 회장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며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으나, 법원은 신 전 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라 전 회장이 직접 운전을 하며 헬스클럽에 다니거나 사무실에서 책을 보는 등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사장은 1심에서 신한은행이 고소한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 처분을 받았으나 자금조성에 대한 관리책임이 인정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항소한 상태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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