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여야 정당 대표와 만나 북한의 3차 핵실험 중단 촉구 등에 합의한 것은 안보 문제에서 여야가 따로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더구나 북핵 문제를 고리로 야당과 시급한 민생 현안 처리 등에 합의함으로써 '박근혜정부' 공식 출범 전 여야 공조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만 이날 합의 내용 자체가 원론적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에 향후 협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합의 사항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박 당선인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45분간의 회동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중단 촉구 ▦북한 핵무장 불용 및 핵실험 시 강력한 대응 ▦북한의 비핵화 약속 준수 촉구 ▦북한 도발에 대비한 여야 긴밀 협력 등 북핵 문제와 관련한 4가지 합의 사항을 이끌어냈다.
원론적 합의에 그쳤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박 당선인과 여야 대표가 단호하게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는 공통 인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박 당선인의 경우 북한의 핵실험 강행 시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등의 주요 대북 정책이 출발부터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회동에서도 박 당선인은 "핵 문제는 남북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로 안보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북핵 불가'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문 위원장도 "북핵은 절대 불용"이라고 밝혔고, 황 대표도 "북한 핵실험은 현실적 위협이 되므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공감했다.
북핵 문제와 별도로 이날 회동에서 국정 현안 등과 관련한 두 가지 합의 사항이 나온 것도 관심을 모았다. 박 당선인과 여야 대표는 합의문에서 서로'국정동반자'로 규정하고, 국정 전반 논의를 위한 여야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여야 공통의 대선 공약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처리와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문제 등으로 냉기류가 흐르던 여야 관계에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새로 가동되는 여야협의체는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제안한 '국가지도자연석회의'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여야의 공통 공약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이 있다. 한편 이날 회동을 통해 문 비대위원장은 박 당선인의 대화 파트너로 자리를 잡은 만큼 향후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당내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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