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분들이 자식처럼 대소변도 받아주고 친절히 돌봐주셔서 그저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죠."
6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101병동. 환자 4명이 입원 중인 병실(5인실)에는 다른 병원 다인 병실과 달리 보호자와 간병인으로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대신 복도에 마련된 간이근무대에서 간호사들이 업무를 보며 환자 상태를 체크했고 환자가 벨을 누르면 달려갔다. 지난달 17일 문을 연 서울의료원(서울시 공공병원)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의 모습이다.
1일 무릎수술 후 입원 6일째인 이이순(77)씨는 "보호자가 필요 없다는 얘길 듣고 다른 병원 예약을 취소하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4남매를 뒀지만 해외 근무 중인 아들과 육아, 직장생활에 바쁜 딸들의 손을 빌릴 수 없었고 남편은 당뇨를 심하게 앓아 돌볼 형편이 못 됐다. 이씨는 "몇 년 전 허리 수술을 했을 때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병원을 지켜 죄 지은 기분이었다"며 "비용 걱정도 없고 가족에게 부담주지 않아서 좋다"며 웃었다.
핵가족 증가와 사회고령화로 환자 간병 문제가 또 하나의 부담이 되고 있다. 더 이상 가족이 떠맡기 힘든 시대가 됐지만 간병인을 따로 두자니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 2010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입원 환자의 72.9%가 가족, 친척이 간병을 도맡았고 간병인을 고용한 환자의 69%가 월 소득이 200만원 이하(간병비 1일 평균 7만원)였다.
환자안심병동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서울의료원에 간호사와 보조원 등 107명을 신규 충원(연간 36억원)해 만든 것이다. 2010년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으로 8개월 동안 10개 병원에서 공동간병인 제도(간병인이 6~8인의 환자를 돌보는 것)를 실시한 적은 있지만 간호 인력이 간병을 책임지는 안심병동은 최초다. 현재 90병상(전체 623병상)이 운영 중이며 3월에 180병상으로 늘어난다.
환자와 보호자 반응은 물론 뜨겁다. 지난달 간농양(간에 고름 등이 생기는 질환)에 걸린 시어머니를 안심병동에 모셨던 직장인 이연경(41)씨는 "시어머니가 갑자기 열이 나고 탈수증상을 보여 바로 입원한 까닭에 간병인을 급히 구해야 했는데 걱정을 덜었다"고 밝혔다. 1년 전 시어머니 무릎수술 때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경험이 있다.
안심병동 간호사들은 각자 환자 7명을 전담하며 24시간 동안 주사, 흡인 간호(가래 뽑기), 식사보조, 욕창 간호 등을 한다. 이전에 맡았던 환자 수(17명)보다 크게 줄었지만 업무는 많아졌다. 김인숙 101병동 간호파트장은 "흡인 간호를 할 때 산소 포화량 측정 등 간병인보다 환자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률이 감소하고 회복도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소변 간호처럼 보조원과 간호사의 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간호사들이 자신의 업무로 여기지 않고 이직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안심병동은 최대 15일간 입원이 가능하고 만성환자는 제외하고 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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