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관련,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 운영자가 의심스런 정황이 있는 아이디 30여 개를 확인해 경찰에 넘겨줬으나 경찰 상부에서 수사확대를 묵살,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오유 운영자 이호철(41)씨는 7일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에 협조하면서 지난 1월 중순쯤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오유 아이디 16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아이디 30여 개를 확인, 서너 차례에 걸쳐 경찰에 넘겼으나 '민주당 고발장에 적시된 김씨의 혐의가 인정돼야 추가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게 경찰 상부의 입장이라 수사가 어렵다는 수사실무팀의 말을 들었다"며 "이 때문에 30여개 아이디의 실체파악 조사를 요구하는 진술조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실소유자와 사용위치 등 아이디 30여 개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통신회사 압수수색 등이 필수적이지만 경찰은 상부의 묵살로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 않다가 최근 30여 개 아이디가 언론에 공개되자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22일 경찰의 서버 압수수색 뒤 주요 참고인으로 10여 차례 서울 수서경찰서에 출석, 오유 사이트의 구조와 특성 등에 대해 자문했고 국정원 여직원과 관련된 사용자 아이디를 검색하는 작업을 도왔다. 경찰은 당초 민주당이 고발한 김씨의 노트북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확인한 오유 아이디 16개로만 김씨의 오유 사이트 행적을 파악해왔다.
이씨가 새로 찾아낸 아이디 30여 개는 김씨 아이디 16개와 거의 동일하게 대선을 4개월 여 앞둔 지난해 8월 생성됐고 하나같이 정부, 여당에 유리한 글을 서로 추천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씨는 아이디 30여 개가 김씨 아이디 16개의 IP(인터넷상 컴퓨터 고유주소)와 일치하거나 대역이 비슷해 김씨와 관련된 아이디로 판단, 경찰에 넘겼다.
이와 관련, 당시 수사실무자는 상부의 수사확대 묵살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채 "다른 부분도 조사하고 있지만 피고발인인 김씨의 혐의 입증이 수사의 9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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