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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t : 슈트 vs. 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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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t : 슈트 vs. 수트

입력
2013.02.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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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직한 슈트 몇 벌로 다양하고 스마트한 스타일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타이와 셔츠의 조합, 슈즈의 매치가 중요합니다.'

어느 fashion 관련 기사 일부다. 이들은 왜 '포멀 슈트', '캐주얼 슈트' 같은 외국어를 남용할까. 게다가 왜 unfahionable한 발음으로 단어를 표기하는지 의문이다. 우리말을 두고 영어로 표기해야 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 중 '슈트'의 발음 표기를 보자. Suit를 '정장'이 아니라 굳이 로마자 발음으로 표기해야 한다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200년 전만 해도 '슈트'로 발음하던 사람이 상당했다. 그러나 20세기가 넘어서면서 suit는 영국에서도 '수트'로 변했고, 지금은 세계 영어 사용자의 75%가 '수트'로 발음한다.

세계인의 발음 분포도를 보자. 과거에는 영국에서 superman을 '슈퍼맨'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거의 '수퍼맨'으로 발음한다. 마찬가지로 supermarket도 '슈퍼마켓'으로 변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는 모두 '수퍼'로 발성한다. Tuesday도 영국에서조차 '튜스데이', '츄스데이'에서 '투스데이'로 변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다들 '투스데이'로 발음한다. 'New'의 발음도 '뉴'가 기본이었는데 다른 단어와 함께 이어질 때는 'a new car' 처럼 '누 카'가 된다. 이미 이런 현상은 세월의 검증을 거쳤다. 가령 rule, June, blue, due, Tuesday 등 한 때는 '유'냐 '우'냐의 논란이 있었지만 이제 대부분 '우'로 정착했다. 지금 원어민들의 발음을 자세히 들어보면 'Tuesday'는 '튜쓰데이'보다는 '투쓰데이'다. 'chewing gum'을 발음할 때 '츄잉 검'보다는 '추잉 검'인 것도 마찬가지다. Blue도 같은 과정을 거쳐 '블류'가 아닌 '블루'가 된 것이다. 지금 와서 June을 '쥰'이냐 '준'이냐 따지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이미 '준'으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중모음의 단순 모음화 현상은 발음을 되도록 편하고 쉽게 하려는 현대인의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Fashion을 말하면서 200년 전 발음 표기를 하는 것은 어쩌면 우스운 일이다. What, where등의 발음이 200전엔 '?','훼어'였지만 지금은 고전 발음이 된 것과 같은 얘기다. 그리고 '수트', '슈퍼마켓' 등의 단순 모음화 현상은 지역이나 문화의 특색이 아닌 시대적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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