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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월 8일] 도마에 오른 국제개발협력예산 2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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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월 8일] 도마에 오른 국제개발협력예산 2조원

입력
2013.02.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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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예산이 올해부터 연간 2조원을 넘어섰다. 이번 정권 내내 국가적 쟁점이 되었던 4대강 사업의 예산총액이 4년간 23조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한 해 2조원의 예산지출은 적지 않다. 게다가 국제사회에 약정한 대로 실천할 경우 한국의 개발협력 예산은 2015년에는 국민총소득(GNI)의 0.25%에 해당되는 3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듯 빠르게 증가하는 공적 자금을 둘러싼 부처간의 경쟁과 갈등이 점점 심화되어 예산이 낭비되고 있고 국제적인 비웃음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행정은 국민을 보위하고 국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유일한 예외가 있다. 국제개발협력예산이다. 이 돈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개발도상국의 빈민들을 지원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성금이자, 세계 최빈국의 일원으로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곤궁한 시절 우리를 도와준 국제사회에 대한 대한민국의 보은행위이다. 이렇듯 개발원조는 어느 예산보다 숭고한 이상으로 마련된 것이기에 그 집행에서도 국제적 규범을 따르고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개발협력 예산을 둘러싼 부처간 경쟁은 마치 2조원의 눈먼 돈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거대한 잔치판 같다는 느낌이다. 개발정책자문사업에서 수자원 개발, 심지어는 대학생 논문 현상금에 이르기까지 부처간 예산낭비와 중복성은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고 똑같은 사업을 서로 키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예산을 늘리고 있다. 개발협력을 한다는 명목 하에 개도국 출장이 잦고, 원조를 받는 나라의 정부는 동일한 사업으로 한국의 다른 부처 담당자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의아해 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개발도상국을 돕기 위해 개발협력예산을 쓰고 있는가, 아니면 공무원들의 후생복지를 위해 개발협력예산을 쓰고 있는가.

현재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체계는 크게 무상과 유상으로 나뉘어져 있고, 이를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가 관할하고 있다. 게다가 35개 이상의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들이 독자적인 예산을 편성하여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분절화된 구조를 통합조정하기 위해 2006년부터 개발협력행정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총리실에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두고 있다. 그러나 국제개발협력위는 부처 이기주의가 횡행하고 있는 논란의 장이 되어 조정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의 근본에는 예산과 기획, 조직평가권까지 갖고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재정부가 개발협력까지 도맡아 하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개발협력예산은 현재 재정부와 외교부가 전체의 약 92%의 예산을 쓰고 있고, 부처별로는 100억원 미만을 집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 정도의 부처이익에도 불구하고 원조집행체계의 통합이라는 국제사회의 규범은 대한민국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원조의 질은 전체 공여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만약 5년 후 개발협력 전체 예산이 커지면서 부처별 예산이 1,000억원대에 이른다면 혁명적 조치가 아니라면 이를 개혁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2013년 신정권 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제규범에 합치되는 개발협력체계를 갖추는 것은 요원한 과제가 될 것이다. 개발협력체계 개편은 많은 개별 부처, 특히 재정부가 전문성 제고 및 한국적 원조라는 미명하에 국가별 고유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답이 존재한다. 국제사회의 규범을 따르면 된다. 새 정부는 우리 안의 내재적 오류를 세계의 보편성인 양 호도하는 부처들의 궤변논리에 현혹되지 말고 국제규범에 따라 개발협력체계를 인수위원회에서 신속히 개편해야만 한다. 세계 빈민들을 위해.

황원규 강릉원주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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