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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사극 '한파' 이대로 명맥 끊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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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사극 '한파' 이대로 명맥 끊기나

입력
2013.02.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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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지난달 28일 열린 KBS1TV 대하사극'대왕의 꿈'기자간담회에서 연출자인 신창석 PD는 자신의 소회를 미당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잇따른 출연진 부상과 시청률 하락으로 '대왕의 꿈'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용의 눈물' '태조왕건' '대조영' 등의 계보로 이어지고 있는 대하사극이 제작비 부담과 출연진 및 작가 확보의 어려움, 시청률 하락 등으로 위기에 놓였다. 현재 방송되는 드라마 중 유일한 대하사극인 '대왕의 꿈'은 MBC 주말드라마 '위대한 유산'은 물론 자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 밀려 10% 초반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덕여왕 역을 맡은 탤런트 박주미가 지난해 10월 경북 안동 촬영장으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배우 홍은희로 교체되고 김춘추 역의 최수종 역시 12월에 낙마사고를 당해 두 달 가까이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하는 등 악재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KBS는 '대왕의 꿈'종영 이후 올해 말까지 대하사극을 편성하지 않고 2014년 상반기부터 재개할 예정이다. MBC도 올 한해 무협사극인'구가의 서', 인기 드라마'허준'을 리메이크한 '구암 허준', 원나라 기황후의 일대기를 다룬 '화투'를 방영하고 SBS도 장희빈의 일대기를 다룬'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편성할 방침이지만 이중 대하사극으로 분류될 만한 작품은 없다.

한때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남성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던 대하사극이 이처럼 장르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처한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걸림돌은 제작비다. 대하사극의 경우 2회 방영에 약 3억 원에 가까운 제작비와 미술비 1억5,00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대하사극의 분량이 평균 60회에서 100회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대하사극 1편에 약 100억∼200억 가량이 소요되는 셈이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편당 제작비는 약 2억5,000만원 선이지만 미술비용이 대하사극에 비해 덜 들고 방영 횟수가 16회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막대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확보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왕의 꿈'의 전작의 경우 '광개토대왕'만이 10% 중ㆍ후반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근초고왕'(2011)과 '대왕세종'(2008)은 10% 초반의 시청률로 고전했다. 또 지난해 9월 종영한 MBC '무신'도 10% 초반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이강현 KBS 드라마 국장은 "대하사극의 경우 40∼50대 남성이 고정 시청층을 이룰 뿐 신규 시청자 유입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젊은 남성들의 경우 DMB, 인터넷, 케이블 방송을 통해 시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역사를 재구성한 팩션 사극이 범람 하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젊은 배우들의 대하드라마 기피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1회 방송 분이 70분에 달하는 미니시리즈와 달리 1회 방송 분량이 50분에 불과해 출연료가 상대적으로 적을뿐더러 대규모 전투신 등으로 부상 위험 등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공중파 방송사의 한 드라마 PD는 "일본의 경우 NHK 대하사극에 톱 스타들이 출연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여기지만 우리의 경우 대하사극에 출연하면 마치 배우 생명이 끝난 듯 취급하는 풍토가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작가를 찾기 어려운 점도 대하사극 쇠락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사극 작품 원고료는 미니시리즈보다 적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검증 등의 부담은 몇 배로 높다. '조선왕조 500년' '찬란한 여명' 등을 쓴 원로 극작가 신봉승(70)씨는 "역사드라마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만 이 같은 실력을 갖춘 작가를 현재 찾기가 어렵다"며 "역사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 없이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화려한 장면 연출에 집착하거나 역사 왜곡까지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최근 사극을 보며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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