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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기 조마조마" 떨고 있는 나홀로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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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기 조마조마" 떨고 있는 나홀로 여성들

입력
2013.02.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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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한 빌라에서 전세로 사는 A(31)씨는 지난해 11월 초 오전 11시쯤 집을 보러 온 정모(49)씨에게 문을 열어줬다. 낯이 익은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한 시간쯤 뒤 외출을 나가던 A씨에게 한 남성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정씨였다. A씨는 집안으로 끌려 들어가 제압당한 뒤 성폭행을 당했다. 정씨는 1시간 사이 부동산 중개인과 3, 4곳을 더 본 뒤 A씨 집 앞에서 A씨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달 8일 경찰에 검거된 정씨는 "A씨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집 안에서도 공포에 떨고 있다. 낯선 사람에게 선뜻 문을 열어주기 두려운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상습 성폭행범인 김모(36)씨는 지난해 여름 인천 등에서 혼자 사는 여성을 물색한 뒤 택배기사로 위장해 문을 열게 한 뒤 성폭행을 하는 수법을 썼다.

집안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2011년 전국에서 집계된 성폭행과 강제추행 사건은 1만9,498건으로 이 가운데 4,103건(21%)은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집안에서 발생했다. 집안에서의 성범죄 가해자는 90% 이상이 외부인이고, 대부분 피해 여성이 혼자 있는 경우였다. 서진환 사건 등 대표적인 성범죄 사건 피해자들도 마찬가지 경우로 참변을 당했다.

여름철 성범죄 사건은 여성의 노출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지만, 전ㆍ월세나 택배 물량이 많은 2월은 특히 나 홀로 여성들이 범죄 위협에 직면하기 쉬운 시기다.

더욱이 여성 1인 가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안전망은 인구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직장 출퇴근을 위해 혼자 사는 20대 여성 홍모씨는 "한 남자가 2주일 넘게 가로등 아래서 베란다를 뚫어지게 쳐다봐 매일 밤이 두려웠다"며 "경찰에 신고하기에는 상황이 모호해 아버지에게 밤마다 들러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국내 여성 1인 가구는 무려 221만8,000여 가구. 10년 전보다 100만 가구 가까이 증가해 성범죄자들이 활개칠 공간도 그만큼 넓어졌다.

물론 남성 옷을 집안에 걸어 놓거나 남성 신발을 현관에 두는 등 예방책을 쓰는 나 홀로 여성들이 많아졌지만 장기간 노리고 침입하는 범죄자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 때문인지 일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나 홀로 여성을 위한 대책을 내놓는 곳도 있다. 서울시는 종로구 동부여성문화센터 등 시내 11곳의 보관함에서 택배를 찾아갈 수 있도록 24시간 여성 안심택배서비스를 시범운영 중이다. 서울 마포서 용강지구대는 2011년 10월부터 여성을 집까지 순찰차로 데려다 주는 '안전귀가도우미'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지난해 성북서 지구대들도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최지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조심하라는 말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가로등 조도 개선, 전봇대 비상벨 설치, 안전지킴이집 지정 등 여성 1인 가구 밀집 지역에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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