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파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세계 3위의 제지업체 아시아펄프앤드페이퍼(APP)가 인도네시아의 자연삼림 벌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생산량은 재배한 나무를 원료로 펄프 등을 생산해 메운다는 방침이다.
APP는 "인도네시아 전역의 모든 공급업체에서 1일부터 자연삼림 벌채를 중단했다"며 "재배한 나무만 원료로 사용할 것"이라고 5일 발표했다. APP는 지난해부터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등과 함께 지속 가능한 경영 정책의 일환으로 환경보호 규정을 만들어왔다. APP는 2015년부터 자연삼림 벌채를 중단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앞당겼다. 부스타르 마이타르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지부장은 "국제시장에서 주요 참가자가 되려면 APP도 환경보호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린피스 등은 APP를 비롯한 제지업체와 야자유 생산업체들이 열대우림을 크게 훼손한다며 압박해왔다. 특히 수마트라호랑이와 오랑우탄 등 희귀동물들의 서식지가 무분별한 벌목으로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APP가 1994년 이후 수마트라섬에서 500만에이커(약 2만234㎢)를 벌채했다고 보고 있다. 희귀동물들의 서식지인 습지도 2003~2009년 44만5,000에이커가 사라졌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30년 동안 수마트라섬의 자연삼림 절반 이상이 펄프와 야자유 생산으로 파괴됐다고 전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제록스, 디즈니, 마텔, KFC 등 유명 기업들의 포장재를 조사한 결과 인도네시아 자연삼림의 황백색 광엽수종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불매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들 회사는 APP로부터 포장재를 공급받아왔다.
인도네시아 최대 재벌인 시나르마스그룹의 자회사인 APP는 수마트라섬에만 260만㏊의 숲을 소유하고 있다. 연간 1,800만톤의 종이를 생산해 120개국에 수출한다. APP는 자연삼림 벌채 중단으로 생기는 부족분 200만톤은 나무 재배를 늘려 충족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타르 지부장은 "APP가 규정을 지킬지 의문이 있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다른 업체들도 환경보호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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