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교육비 총 규모가 3년째 감소했다고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했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19조 원으로 전년에 비해 1조1,000억 원 줄었다. 하지만 학생수가 90만 명 가까이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실제로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1인당 사교육비를 봐도 초등학생은 줄어든 반면, 중ㆍ고교생은 오히려 늘었다.
그 동안 역대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성과는 미미했다. 이명박 정부도 5년 전에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헛구호로 끝나고 말았다. 사교육비는 학생수 감소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인 채로 여전히 서민들의 가계를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사교육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선행학습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로 '학교수업 보충'과 '선행학습 불안심리'를 들었다. 특히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 입학 경쟁은 학생들의 수준과 상관없이 선행학습에 대한 수요를 높였다. 특목고 입시 자체가 정상적인 초ㆍ중학교 교육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선행학습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도 그만큼 선행학습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다. 현재 교육계에서 선행학습 금지법을 둘러싸고 위헌 소지와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으나 선행학습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수학의 경우 학원에서 학교 진도보다 한 학기 이상 앞서가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영어는 대입전형에서 토익 토플 성적이나 영어인터뷰 등을 금지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학교에서만 배워도 충분하다는 인식을 갖게끔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한편, 선행학습의 필요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입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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