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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이외 다른 선택은 없는가

입력
2013.02.0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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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2087호에 반발하여 3차 핵실험을 공언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진입했다. 북한은 "핵실험은 민심의 요구"라고 하면서 유엔 안보리가 "다른 선택의 여유를 더는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실험 이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밝힘에 따라 국제사회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제재결의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이른바 '자주권'이 훼손된 데 대한 타협불가의 내부논리 때문일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는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인데 왜 미국과 유엔이 이를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의 나로호 발사는 되고, 북한의 광명성 발사는 왜 안 되냐면서 미국의 '이중기준'을 문제 삼고 나왔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로켓발사 성공 이후 의장성명 정도의 대북경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위성의 우주궤도진입 성공과 미국본토에 도달할 정도의 사정거리에 놀란 미국이 제재결의 쪽으로 방향을 틀고 중국이 동의함으로써 새로운 결의가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믿었던 중국이 제재에 동의한 것이다.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자주권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 제1비서의 리더십 손상을 더 큰 문제로 인식하는 것 같다. 북한은 인공위성 궤도진입 성공 이후 이를 김정일의 유훈 관철과 김정은의 치적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위성발사 성공을 계기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사기를 고취해서 전 산업분야로 '새 세기 산업혁명'의 열기를 불어넣어 인민생활향상을 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유엔이 새로운 제재로 회초리를 들자 북한 새 지도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북한 당국은 미국이 '최고존엄(김정은)'을 모독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불세례를 안기라"고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나서 국가안전 및 대외부분 일꾼협의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단호한 결심'과 '중대한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손상된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서 김정은이 직접 나선 것을 보면 조만간 핵실험 등 강경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로켓발사는 김정일의 유훈으로 김정은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부터의 중요한 결정은 김정은의 결정으로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그래서 김정은은 일꾼협의회와 확대회의를 열고 정책결정에 대한 공동책임을 강조하는지도 모른다. 김정은은 지난해 공개연설에서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핵실험을 할 경우 경제건설에 집중하려던 북한의 노력은 '엄중한 난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북핵문제는 위기조성→ 제재→ 협상의 수순을 거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능력은 향상됐다. 이번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다면 핵무기의 소형화 또는 우라늄핵폭탄 능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고농축우라늄을 활용한 핵실험에 성공할 경우 북한의 핵문제는 통제하기 어려운 위협으로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관련 국가들은 3차 핵실험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로켓발사 실패 이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올 때 북한은 '계획된 바 없다'고 부인하고 실제로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핵실험을 공언하고 준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상설핵실험장으로 운용해왔기 때문에 지도부가 결심하면 언제든지 실험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제재결의를 예상치 못한 북한이 유엔결의 발표 직후부터 내부 공론화 수순을 밟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북한이 비핵화 대화는 하지 않겠지만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한 점에 주목한다면 대화와 압력으로 핵실험을 막을 미세한 여지가 있는지도 모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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