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극히 불투명해졌다.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불발로 국회의 임명동의가 사실상 물 건너가 한동안 자진사퇴나 지명철회의 양자택일만 남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뒤늦게 본회의 표결 원칙을 강조한 것을 신호탄으로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어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여야에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표결이 이뤄지는 민주국회, 상생국회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과 황 대표의 관련 언급이 상호 의사소통에 따른 것인지, 이심전심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연의 일치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것이 이 후보자에게 '버텨라'는 신호로 비치지 않을까, 또 벌써부터 번지고 있는 특정지역 세력의 결집 의혹만 부풀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새 대통령 취임에 앞서 2월 임시국회에 부여된 막중한 책무를 일깨우기 위해 단순히 의회정치의 원칙을 강조하자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이 후보자부터 그런 원칙을 적용하자는 구체적 제안이라면 국민 눈높이와 너무 동떨어진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이후 국민의 관심은 이미 후속 인선으로 옮겨간 단계다. 이런 분위기에서 엎질러진 물을 다시 모아 담으려는 듯한 무모한 시도는 잘해야 정치 도박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인상이 한낱 오해이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이나 여당이 더 이상 이 후보자의 그릇된 판단을 부추길 소지가 있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통합당은 물론이고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까지 그 필요성을 지적했듯, 이 후보자가 즉각적 자진사퇴로 혼선을 피할 수 있다. "헌재소장으로서 헌법적 가치 수호에 적절하지 않다"는 민주당의 주장이나 "본인이 알아서 결단을 내리면 좋겠다"는 서 총장의 언급은 국민 다수의 뜻과 통한다.
애초에 청와대가 곧바로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후속 인선에 나서거나 그 절차를 박 당선인측에 분명히 넘겼다면 겪지 않아도 될 혼란이다. 청와대의 말끔한 뒤처리는 지금도 여전히 효과적인 해결책임을 거듭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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