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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2월 6일] 청와대 안의 여당,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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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2월 6일] 청와대 안의 여당, 야당

입력
2013.02.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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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의 일이다. 한 비서관이 대통령의 긴급 호출을 받았다. 정책 현안에 대해 꼼꼼히 보고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비서관급(1~2급) 참모가 대통령과 직접 대면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업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대통령이 부르자 비서관은 걱정이 됐다. 본관 검색대를 거쳐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서자 긴장이 몰려왔다. 그 때 비서관이 바지를 찔끔 적셨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본래 남의 얘기를 잘 들어 주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에 입성한 뒤부터 확 달라졌다고 한다. 상도동계 인사는 "YS는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못 빌린다'는 말을 좋아했듯이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청와대로 들어간 뒤로는 참모들의 의견을 잘 듣지 않았고, 직언하는 참모들도 줄었다"고 전했다.

3김 시대에 대통령 리더십의 원천은 기본적으로 카리스마였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으로 불렸다. 이후에도 대통령의 리더십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한 국회의원은 본래 이 대통령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이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에도 그 의원은 전처럼 같은 호칭을 썼다. 그런데 주변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 뒤로 그 의원은 호칭을 '각하' 또는 '대통령님'으로 바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밤에 수석비서관이나 386세대 비서관들을 관저로 불러 2~3시간씩 토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앞에서 직접 쓴소리를 하는 참모들은 많지 않았다. 결국 노 전 대통령 시절에도 청와대에서 줄곧 '야당' 역할을 한 사람은 권양숙 여사였다. 참여정부 시절의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퍼스트레이디는 청와대에서 최후의 야당 역할을 한다. 당시 권 여사는 청와대에서 보수 신문을 가장 많이 읽는 독자였다. 권 여사는 신문을 읽은 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곤 했다"고 전했다, 물론 '청와대 안 야당'의 원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때로는 두 분의 억양이 커지기도 했다"면서 육 여사가 '야당'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전문가들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역대 대통령의 소통을 제약하는 요인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직 청와대 고위 참모는 "대통령이 되는 순간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게 되면서 고독한 길을 걷게 되고, 참모들의 얘기도 덜 듣게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역사와의 대화'에 주력하면서 독선·독주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으로 19일 뒤 청와대로 들어가는 박 당선인은 과연 소통을 잘할 수 있을까. 박 당선인은 평소 사람들을 만나면 잔잔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차분하게 얘기를 듣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박 당선인에게 쓴소리를 했다고 말하는 친박계 인사들을 별로 찾아보지 못했다. 또 박 당선인은 매사에 신중한 스타일이어서 편하게 다가가서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에는 박 당선인과 격의 없이 대화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가령 박 당선인은 2007년 이후에는 자신의 승용차 옆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해 대선 때에는 박 당선인의 승용차 옆자리가 온갖 서류로 가득 차 있어서 물리적으로도 다른 사람이 옆에 앉아 대화할 수 없었다.

박 당선인에게는 청와대 관저에서 '야당'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퍼스트레이디'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비판 여론을 전하고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청와대 참모가 꼭 필요하다. 물론 정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밀어 주는 '청와대 여당' 도 있어야 한다. 고단할 때에는 육 여사처럼 따뜻한 어머니 역할을 할 수 있는 참모들이 있어야 한다. 과연 누가 청와대 내부에서 여당과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청와대 비서실 인선 기준이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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