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싸움인 화투(花鬪)는 19세기 말 일본 상인들에 의해 국내에 들어왔다. 명절만 되면 집집마다 화투를 즐기지만 일본에서 화투를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16세기 포르투갈 상인을 통해 서양 카드(carta)가 일본에 유입된 뒤 19세기 초중반에 ‘하나후다(花札)’로 변형됐다. 이 과정에서 목판화 우키요에(憂世繪)에 깃든 꽃 모양을 넣으면서 오늘날의 화투 모습으로 정착됐다.
원주 치악산 기슭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6일부터 6월 말까지 여는 ‘아시아 세화(歲畵) 판화 세계 특별전’에는 일본 에도(江戶)시대(1603~1867)에 나무로 만든 화투 원판이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화투 원판에서 12월에 해당하는 ‘비’에는 일본인 서예가 대신 버들가지와 제비, 그리고 우산을 접어서 머리에 쓰고 가는 사람이 나타난다. 현재 ‘비’에 나타난 우산을 서예가의 모습은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에나 보인다.
이번 특별전에 나온 세화로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3국의 작품 100여 점이다. 세화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 대문이나 집안에 붙여 놓고 불행을 막고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명주사 주지 한선학 관장은 “한 외국인의 ‘한국인은 즐길 줄 모른다’는 말을 듣고 박물관이 소장한 1,500여점의 세화 중 세시풍속 오락과 관련된 문화재 100여점을 전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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