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는 최근 18~29세 관객에게 티켓 할인과 발레 전문지 무료 구독의 혜택을 제공하는 '18/29클럽'의 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장기적이고 충성도 높은 관객 확산으로 이어지는 젊은 관객 유치는 공연계의 영원한 숙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객층이 젊은 게 한국 공연계의 장점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많은 기획사들이 이들 젊은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꾸준히 늘리는 추세다.
프로그램북도 온라인으로
대표적인 게 온라인 서비스 강화다. 클래식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는 2011년 11월부터 모든 공연의 프로그램북을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clubbalcony.com)에서 pdf파일로 무료 제공하고 있다. 2005년 이후 발간된 프로그램 책자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게 주된 목적이지만 온라인 활동이 많은 젊은 관객도 염두에 둔 서비스다. 실제 임동혁, 디토 등 20~30대 관객이 선호하는 음악가들의 연주회 프로그램북 다운로드 횟수가 다른 공연에 비해 3, 4배 높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마케팅도 진화 중이다. KBS교향악단은 지난해 가을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한 이후 SNS 마케팅을 강화했다. 단순히 관객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무용, 연극 등 다른 장르의 공연 소식과 추천할 만한 클래식 음악 소개 등 SNS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유통시키고 있다. "50, 60대가 중심인 기존 정기 회원 외에 젊은 관객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KBS교향악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로비를 공략하라
젊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공연장의 로비도 중요한 마케팅 공간이 된다. 이들에게는 SNS로 일상을 공유하는 게 일반화된 만큼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월' 설치는 이제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장기 상연하는 연극ㆍ뮤지컬뿐 아니라 일회성 공연이 많은 클래식 연주회장 로비에서도 포토월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달 피아니스트 지용의 독주회 공연장 로비에는 그의 뮤직비디오가 상영되는 모니터와 음반을 들어볼 수 있는 청음 시설까지 등장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는 좁은 로비 대신 무대와 객석이 관객과 배우가 직접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320석 규모의 컬처스페이스엔유에서 공연 중인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은 지난달 배우와 관객의 대화, 하이파이브, 사진 찍기 등 하이파이브 이벤트를 진행한 데 이어 13, 15일 공연 후 배우와 관객이 한 팀이 돼 스피드 퀴즈를 푸는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래의 공연 종사자=충성 관객
공연계 진출을 꿈꾸는 젊은층은 공연계가 그 누구보다 주목해야 할 미래의 동반자다. 따라서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 서비스도 많아졌다.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레베카'를 비롯해 '모차르트' '황태자 루돌프' 등 유럽 뮤지컬을 여러 편 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는 젊은 관객들을 '공연 서포터'로 활용하고 있다. 서포터들은 개인 블로그나 웹진을 통해 공연 홍보나 리뷰를 하고 배우를 인터뷰 해서 글을 올리기도 한다. 대학생이 대부분이고 30대 초반까지 젊은 관객들이 서포터로 나서고 있다. 서포터는 15~20명이 6개월 정도 2, 3편의 작품을 정해 활동하는데, 한 번 모집할 때마다 선발 인원의 4, 5배가 신청해 경쟁이 세다.
뮤지컬 '아이다'는 '배우 멘토링'을 표방하는 팬미팅을 가졌다. 주연 배우 정선아가 배우 지망생들과 만나 여러 가지 조언을 건넸다. 또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상임작곡가 진은숙씨의 마스터 클래스를 매년 봄, 가을에 진행한다.
박신의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SNS의 등장 등 커뮤니케이션 혁명으로 관객의 개념이 마케팅 대상에서 주체로 완전히 달라졌다"며 "특히 뉴미디어에 친숙한 젊은 관객을 공략하려면 마케팅 이벤트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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