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3월 경기 가평에 주둔하던 미40사단의 사단장 조셉 클리랜드 장군은 천막막사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목격했다. 포성이 울리며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서 학구열을 불태우던 150여명의 한국 학생들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부대에 돌아가 이 얘기를 부대원들에게 전달하자 1만5,000여명의 40사단 장병들 사이에서 모금 운동이 벌어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십시일반으로 2달러씩을 냈다. 이게 가평고 탄생의 '종잣돈'이 됐다. 공병부대가 건물을 짓고, 주민과 학생들도 나서 교실 10개와 강당 1개를 완공했다.
당시 학교를 지어준 미40사단 참전용사 중 존 커티스, 토니 클라켈, 클라렌스 마이어, 마샬 타가트, 마빈 잭슨 등 5명이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6일 열리는 가평고 졸업식에 참석한다.
방한단에는 미40사단 현역 부사단장인 실비아 크로켓 준장이 동행하며, 졸업식에선 현역장병과 참전용사가 모은 장학금 1,000달러(약 110만원)가 전달될 예정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클리랜드 장군이 1975년 타계하면서 연금의 일부를 가평고에 기부하고 싶다고 유언한 게 장학금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그 이듬해 장군 부인이 가평고를 찾아 유지를 전한 뒤 미 40사단 후배 장병들과 참전 용사들이 뜻을 잇고 있다.
가평고의 역사는 미40사단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당초엔 학교명도 클리랜드 장군의 이름으로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처음 전사한 부하의 이름으로 했으면 한다"는 그의 의사를 존중해 당시 19세로 산화한 케네스 카이저 하사의 이름을 땄다. 영어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은 '카이저'를 '가이사'로 불렀으며, 이 이름이 굳어져 '가이사 중학원'으로 명명됐다. 이후 '가이사중', '가이사고'를 거쳐 가평고가 된 것이다.
가평고 교정에는 '이 학교는 미 제40 보병사단 장병들이 대한민국의 장래 지도자들에게 봉헌한 것입니다. 1952년 8월15일'이라고 선명하게 새겨진 표석이 세워져 있다. 이 학교는 2008년 '가이사 역사관'을 만들었고, 작년에 새로 지은 기숙사를 '클리랜드홀'로 정해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이들의 방문이 점점 잊혀져 가는 전쟁의 참상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