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있는 작은 유럽으로 초대합니다." 강원 지역에 시집 온 독일인 주부가 다문화 카페를 준비하고 있다.
유디트 크빈테른(42)씨는 강릉 경포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는 저동에 140㎡(42평) 남짓한 독일카페를 짓고 있다. '제2의 고향'인 강릉에 여러 나라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어울리고, 정감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치즈와 소시지를 비롯한 유럽의 음식을 맛보고 결혼이민자 서로가 고민도 털어놓고 수다도 맘껏 떨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카페 한 구석은 등 미학 관련 책을 쓴 남편 이희원(52) 씨의 원 포인트 철학강의 코너도 마련된다. 크빈테른씨 본인이 직접 생활 독일어와 영어회화 강의를 할 생각도 갖고 있다. 독일 현지에서 자재를 공수 받아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되는 5월쯤 문을 열 계획이다.
그가 해변 독일카페를 만들기로 결심한 건 5년 전인 2008년 여름. 강릉에 정착해 처음 사귄 친구인 베트남 새댁이 한국문화에 적응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다문화인들을 위한 사랑방을 짓기로 마음 먹었다. "대부분 다문화 가정을 보면 멀리 이국에서 시집 온 신부만 일방적으로 한국사회에 적응하려 애쓰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결혼이민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정보를 공유하는 사회 시스템은 부족해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스스로를 '강원도 영동사람'이라고 말하는 크빈테른씨는 독일에 유학 온 한국인 남편을 만나 2000년 한국에 정착했다. 독일 브레멘대서 정치철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서 7년간 독문학을 강의한 데 이어 강릉원주대에서 초빙교수로 지난해까지 5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역시 한국생활 초기에는 향수병을 앓으면서 보따리를 수 없이 쌌다. 강원 지역에 정착해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비로소 한국사람이 됐다고 귀띔했다. 지난해에는 강원도에 정착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모아 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강릉=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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