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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6일] 맥심 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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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6일] 맥심 오리지널

입력
2013.02.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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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보통 커피 두 잔을 마신다. 원두를 드륵드륵 갈아 핸드드립으로 한 잔. 그리고 빨간색 맥심 오리지날 커피믹스를 컵에 털어 넣어 또 한 잔.

집에서 커피를 내려먹기 시작한 지는 삼사년쯤 된다. 몇 명의 커피 마니아 친구를 둔 덕에 가끔 원두를 선물로 받게 되었고, 드리퍼와 여과지부터 시작하여 커피용품도 하나하나 구입하게 되었다. 맛있게 끓이는 법에 대한 이런저런 팁도 얻었다. 갈고 내리는 동안 집안 가득 풍기는 커피향이 좋고, 케냐와 예가체프와 만델링 따위 맛을 구분하며 마시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그래도 나는 '맥심'이 필요하다. 집에 있을 때는 커피믹스가, 밖에 있을 때는 자판기 밀크커피가. 이 달고 텁텁한 음료가 공급하는 카페인과 당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에 길들어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다. 벗어날 수 없는 건, 어쩌면 모종의 애틋함인지도 모른다. 백 원짜리 맥스웰을 뽑을까 이백 원짜리 맥심을 뽑을까 삼초쯤 고민하던 시절의 기억. 나의 겨울, 나의 차가운 손에 전해지던 자판기 종이컵의 따뜻함.

이제는 어디를 가나 길목마다 커피전문점이 눈에 띄고, 스타벅스의 카페라테가 자판기 밀크커피보다 맛있다는 것쯤 나 역시 모르지 않게 되었다. 맛과 향에 대한 수다에도 가끔 끼어들고, 커피 한 잔에 5000원 정도는 흔쾌히 지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내 삶은 자판기 시대보다 더 그윽하고 풍요로워진 걸까? 향기로워진 걸까?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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