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SPA(제조ㆍ유통 일괄형 의류) 업체 유니클로가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이라고 선전해온 서울 명동중앙점 자리를 놓고 벌어진 소송에서 져 매장을 내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조중래 판사는 5일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입주해 있는 H빌딩의 분양자인 고모씨 등 14명이 유니클로 한국법인 등을 상대로 낸 건물 명도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고씨 등은 2006년 H빌딩 1~4층 점포를 분양받았다가 장사가 생각보다 잘 되지 않자 2008년 건물관리단을 통해 임대를 추진했다. 관리단은 2011년 2월 J사에 빌딩 전체를 임대했고, J사는 한 달 후 빌딩 1~4층을 유니클로 한국법인에 빌려줬다. 그러나 관리단은 이 과정에서 J사에 점포를 일괄 임대한다는 사실에 대해 고씨 등으로부터 포괄적인 동의를 받지 못했고, 고씨 등은 지난해 1월 "우리 소유 점포를 유니클로와 J사가 불법 점유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관리단이 고씨 등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점포를 임대한 이상 이를 원상회복하려는 청구는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다"며 "유니클로 한국법인은 고씨 등에게 부동산을 인도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매장을 철수하면 건물 전체가 유령상가가 된다'는 유니클로 측의 주장에 대해 "무단 임대의 결과일 뿐 고씨 등에게 책임을 돌릴 성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유니클로 측은 명동중앙점 대부분의 공간을 고씨 등에게 내줘야 한다. 또한 재판부가 선고와 함께 부동산 인도를 가집행할 수 있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판결 확정 전이라도 법률적 요건을 갖추면 매장 철수에 대한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