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여성의 바지 착용을 금지하던 법이 제정된 지 214년 만에 폐지됐다. 이미 사문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으로 남아 있어 양성평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온 여성바지착용제한법이 사라짐에 따라 파리 여성은 공식적으로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됐다.
일간 르 파리지앵은 1799년 제정된 이 법이 폐지됐다고 3일 보도했다. 나자 발로 벨카셈 여성인권 장관은 지난달 31일 "바지 착용 여성을 체포하도록 한 법이 공식적으로 폐지됐다"며 "이 법은 양성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며 시대착오적이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1799년 11월 파리 시당국은 여성이 남성의 옷을 입으려면 경찰로부터 특별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프랑스 혁명의 여파로 노동자와 부르주아 계급의 대립이 극심했던 그 시기 노동자들은 18세기 프랑스 귀족이 주로 입은 주름 잡힌 반바지 퀼로트에 반대하는 의미로 긴 통바지 상퀼로트를 즐겨 입었다. 여성 노동자들도 상퀼로트를 입고 남녀평등과 여성의 사회 참여를 주창하자 파리시가 이를 억압하기 위해 여성의 바지 착용을 금지한 것이다.
1892년 말을 타는 여성에게 바지 착용이 허용됐고 1909년에는 자전거를 탈 때 바지를 입을 수 있게 하는 등 법 적용이 완화하기는 했다. 이후 여권운동이 거셌던 1969년에도 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지만 실패했다. 경찰은 "이미 유명무실한 규정인 만큼 당장 할 일이 아니다"라고 폐지를 미뤘다.
지난해 7월 알랭 허퍼트 대중운동연합(UMP) 상원의원 등이 "현대 사회의 가치를 훼손하는 법을 폐지해야 한다"며 상원에 폐지안을 제출해 본격적인 폐지 운동이 일어났다. 여성 인권단체들은 "200여년 만에 남녀평등을 이룩했다"고 환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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