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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두산건설에 1조 긴급수혈… 또… 밑 빠진 계열사에 물 붓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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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두산건설에 1조 긴급수혈… 또… 밑 빠진 계열사에 물 붓기 되나

입력
2013.02.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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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계열 건설회사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또 긴급 수혈에 나섰다. 벌써 세 번째다. 눈물겨운 계열사 간 돌려 막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당장은 갈증을 해소하겠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웅진그룹은 계열사인 극동건설을 살리려다 그룹 전체가 돈이 말랐다.

두산 역시 계열사 합병(2010년 말)과 유상증자(2011년 6월)에도 불구, 이번에 또 유상증자 및 계열사 합병(2013년 2월)을 통해 두산건설 지원에 나서면서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얘기가 벌써 들릴 정도다. 특히 제2, 제3의 두산까지 줄줄이 거론되고 있어 가뜩이나 시장 침체로 얼어붙은 건설업계에 유동성 위기 먹구름이 잔뜩 몰려드는 형국이다.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4일 이사회를 열고 두산건설에 4,500억원의 유상증자 실시, 두산중공업의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 현물 출자(5,716억원 규모) 등 1조원 남짓의 자본을 확충하는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쉽게 말해 두산건설의 1대 주주인 두산중공업(72.74%)과 박용곤 명예회장 등 총수일가(5.7%)가 현금을 대고, 돈 되는 사업(HRSG)도 넘겨준다는 얘기다. 두산건설은 사옥 매각 등 자구책(1,500억원 규모)도 내놨다.

일단 급한 불은 끌 것으로 보인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미분양 등 주택사업 부진으로 4,491억원의 영업손실 등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특히 연간 매출액(2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경기 일산 제니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2조원 규모)을 추진하면서 극심한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주상복합아파트 일산 탄현제니스는 4월 입주 예정이나 아직 미분양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이번 증자 대금으로 회사채 등을 상환하면 재무구조가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비율(546→148%)도 낮아질 전망이다.

이번 대규모 지원은 그룹 차원의 절박함이 깔려있다. 두산건설이 흔들리면 ㈜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네오트랜스로 이어지는 그룹 지분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현금 지원에 알짜 자회사까지 넘긴 두산중공업은 오히려 "현재 2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해 자금 흐름에 문제가 없고, 두산건설이 정상화하면 자회사 지분 가치가 상승해 재무구조가 좋아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의 계열 건설회사 지원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포스코는 2010년 12월 포스코건설에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코오롱그룹 계열사들은 2011년 2월 코오롱건설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1,316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SK와 SK케미칼 주주들의 SK건설 1,500억원 증자(2011년 2월), 호텔롯데와 호남석유화학 주주들의 롯데건설 1,500억원 규모 증자(2011년 12월), STX그룹의 STX건설 보유 주식 및 기업어음 매입(2011년 4월) 등도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그룹 계열 건설회사의 부실은 그룹 전체를 흔드는 폭탄의 뇌관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어려움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 극동건설 부실 탓에 그룹 전체가 구조조정 상황에 놓인 웅진그룹이 단적인 사례다.

더구나 현재 부동산시장은 주택경기 침체로 어느 때보다 어렵다. 돈을 쏟아 붓는다고 재무구조가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두산그룹은 1년 반 전에도 두산건설에 3,000억원 증자를 실시했지만 상황이 더욱 나빠져 이전보다 세 배나 많은 돈을 투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0년 말 꺼내든 자회사(두산메카텍) 합병 카드 역시 결국 실패로 끝났는데, 이번에 다시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어려울 때마다 그룹에 손을 벌렸지만 다시 어려워지곤 했다"고 말했다.

그간 눈치만 보던 그룹들이 이 참에 계열 건설회사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걸린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재무상태가 좋지 않으면서 대기업 울타리에 있는 업체로 한화건설, 동부건설, 한라건설 등을 지목한다.

이들 업체 모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와 PF 우발채무 비중이 전체 부채 규모의 절반 수준이거나 그 이상인 걸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면 결국 비빌 언덕은 그룹밖에 없다. 조윤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부 계열 건설회사는 채무를 갚을 자금여력이 없는데다 회사채 신용등급도 낮아 그룹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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