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한진중공업 노사가 4일 입장 차를 좁히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서로 한 걸음 다가섰다. 금속노조가 복직근로자 고 최강서씨 시신을 공장 안으로 옮겨 농성에 돌입한지 6일째다.
최씨 유가족은 이날 오전 부산 영도조선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사태해결의 의지를 가지고 설 전에 '협상 일정'을 잡는다면 주검을 정문 앞 빈소로 이동해 안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158억원 손배소 철회, 노조 탄압 중단 등 요구 사항과 관련해 '협상이 타결되기 전에는 농성을 풀지 않겠다'던 노조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특히 최씨 부인 이선화(38)씨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 정문 앞으로 운구하던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밀려 피하다 보니 공장 안으로 진입한 것일 뿐"이라며 '시신을 볼모로 노동 투쟁을 벌인다'는 일부 시선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씨는 이어 "사측이 남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한다면 먼저 자살의 원인을 노조 탄압이 아닌 생활고로 돌린 데 대해 사과한 뒤 협상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측도 입장 변화를 내비쳤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금속노조가 관을 공장 밖으로 옮기고 농성을 중단한다면 장례 보상뿐 아니라 158억원의 손배소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간 사측은 금속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관련해선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이번 사측 제안이 이번 갈등을 푸는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농성을 푼다면 5일 오전 중에라도 즉각 대화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이미 전달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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