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피'(1986), '퐁네프의 연인들'(1991), '폴라X'(1999)로 세계 영화팬들을 열광시켰던 레오 카락스(53)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13년 만에 내놓은 장편 신작 '홀리 모터스'를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카락스 감독은 4일 프랑스문화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젊은 영화인들에게 "영화의 원초적 힘을 되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요즘 너무 발전한 디지털 기술 대신 다른 방법으로 초창기 영화가 지닌 힘을 찾아야 합니다. 무성영화 시대 배우의 움직임을 좇는 카메라에선 시인의 눈길이 느껴졌습니다. 움직임을 포착하는데 많은 주저함이 있었기 때문이죠. 요즘 누구나 찍어 올리는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그런 시선을 느낄 수 없어요."
'홀리 모터스'는 유능한 사업가 오스카(드니 라방 분)가 고급 리무진 홀리 모터스에 올라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파리 곳곳을 누비며 아홉 가지의 다른 삶을 사는 이야기다. 그는 영화를 만들 때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렸고,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로 3개 정도의 이미지가 있었다고 했다.
"첫번째는 영화관에 앉아있는, 죽었는지 잠들었는지 알 수 없는 관객들의 모습이에요. 상상, 꿈의 이미지로 떠올랐죠. 두번째는 아주 긴 리무진의 이미지에요. 리무진은 사진학적으로도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오래되고 버려진 어른들의 장난감 같은 이미지랄까. 어찌 보면 공상과학 영화와 연결해줄 수 있는 차량이라 생각했어요. 세번째는 차 내부에 앉아있는 드니 라방의 모습이에요. 이 차를 탄 주인공이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의 여행을 하면서 10~20명의 아바타 놀이를 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 13년 간의 공백에 대해 "영화를 찍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그 동안의 어려움을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어려움이었어요. '퐁네프의 연인들'과 '폴라X'를 찍을 때도 어려움이 있었죠. 제가 다작을 하는 감독이 아닌데다, 비슷한 영화를 찍고 싶지 않았어요. 계속 삶의 다른 면모와 저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떨 땐 제 스스로에 피곤하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많은 힘이 필요하죠. 그 힘이야말로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홀리 모터스'는 올 상반기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조유빈 인턴기자 (중앙대 법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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