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학습되며 대물림되는 '괴물'이다. 이문열의 이나 전상국의 도 학교폭력을 소재로 삼은 문학작품인 것을 보면, 그때에도 학교폭력이 사람들의 심각한 고민거리였음을 알 수 있다.
중학 시절 필자는 진학을 제때 못한 두세 살 많은 동기들과 학교를 함께다녔다. 덩치 큰 '짱'이 의자를 한 손으로 집어 던지며 힘을 과시 할 때면 꼼짝 못하는 로봇이 됐다. 언제나 그는 앞줄에 앉아 있는 우리들에게
"과자 사와"라는 무언의 손짓을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학교 담벼락을 넘어 하늘이 보이지 않는 정글 속 고랑을 타고 라면땅 심부름을 하곤 했다.
요즘의 학교폭력은 이런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폭력의 정도가 더욱 심각해지고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어린 목숨들이 스스로 삶을 저버리는 사태가 빈발한다. 대책 마련이 너무나 시급한 이유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작은 괴롭힘에서부터 삶의 의지를 꺾어 버리는 치명적인 괴롭힘까지 그 편차는 매우 다양하다.
게다가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 가해의 이유가 장난이었다고 답한 아이들이 34%를 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들은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서부터가 폭력인지를 모른다. 학교 폭력의 원인에 대해서도 피해 학생들의 유약한 심지와 우울증에서부터, 가해자들의 이유 없는 극악함에 이르기까지 그 진단이 매우 다양하다. 이런 까닭에 학교폭력에 대한 논의가 합의에 이르기 어렵고 대책 마련 또한 어려운 것이다.
한창 싱싱하고 풋풋해야 할 어린 꽃 나뭇잎들이 많이 병들고 벌레 먹고 있음을 가족 같은 심정으로 예방하고 살피는 건 경찰의 의무다. 그래서 경찰은 지난 한 해 학교폭력 근절을 민생치안 우선과제로 정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교폭력 업무만을 맡는 학교전담경찰관을 배치하고 학교와 공동대응을 강화했다.
지난해 10월엔 외부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학생ㆍ학부모의 체감안전도를 조사하기도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학교폭력 피해 경험율이 2월보다 9% 포인트(17.2 → 6.2%) 감소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으나, 여전히 학교폭력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언어ㆍ사이버 폭력이 증가하고, 정책 추진과정에서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이 일부 소외되는 아쉬운점도 확인됐다.
경찰 입장에선 쓴 약이 됐다고 보여진다. 부쩍 강화된 대책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엔 유치원생까지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교육당국과 협조해 학교주변을 학생안전지역으로 지정한다. 조기 선도 조치로 재범을 방지하고, 다문화가정 자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을 보완한다.
또 있다. 교육당국 등 관련 부처와 협력해 학교주변 200m를 학생안전지역으로 지정하고, CPTED(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기법을 적용해 폐쇄회로(CC)TV를 확대 설치하는 등 범죄로부터 학생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경찰의 학교폭력 사건처리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사안ㆍ대상별 맞춤형 처리로 변화되는 것이다. 선도 대상과 처벌 대상으로 분류해 처리하고 선도심사운영위원회를 운영하며 선도프로그램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일반 초등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명예경찰소년단에 다문화가정 자녀를 우선 선발하는 내용도 주목된다. 사실 심각한 따돌림 및 모욕 등도 범죄다. 이런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범죄예방교육과 '바른말ㆍ고운말쓰기'운동 등을 통해 언어 순화활동도 병행하게 된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예방과 해결은 올바른 철학윤리, 교육의 백년대계 및 치안복지의 실현에 달려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심과 애정들이 모이고 쌓이면 분명 학생 스스로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라 여겨진다. 그날이 하루 빨리 오게 하기 위해 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이 모여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 활짝 웃는 얼굴과 행복한 학교생활은 동시에 우리 모두의 희망임을 잊지 말자.
지영환 경찰청대변인실 소통담당·정치학박사
지영환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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