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해도 해도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
이달 말 한국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는 성대림(57)씨는 지인들 사이에서 '평생 대학생'으로 통한다. 그의 직업은 외과의사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남은 자투리 시간에 대학생으로 변신해 12년째 '열공'하고 있다.
의학박사이기도 한 그가 방송대에서 취득한 학사 학위만 4개. 컴퓨터과학, 일본학, 국어국문학, 중어중문학 등을 전공했다. 의대 졸업장 까지 합치면 이번에 다섯 번째 학위를 받는 것이다.
1989년 고향인 제주 서귀포에서 개인 병원을 연 경력 24년 차 의사인 그가 10년이 넘도록 학생신분을 유지하며 학구열을 불태울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학창시절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지만 의대에 입학하고 보니 의학공부 하기에도 벅차 다른 데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어요. 그 시절 해결하지 못했던 지적 호기심이 이제서야 본색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순전히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공부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성씨가 방송대에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분야는 일본학이었다. 2002년 요코하마 연수를 계기로 일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일본어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방송대 일본학과에 입학했다. "학교 특성상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진료 중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저에게 안성맞춤이었어요."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의외로 재미가 쏠쏠했다. 일본학을 시작으로 국어국문학과, 중어중문학과, 컴퓨터과학과를 2년 터울로 잇따라 졸업했다.
그는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전공뿐 아니라 인접 학문 공부까지 찾아서 하게 됐다"며 "처음엔 학위 취득 목적이 아니었지만 지적 호기심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또 다른 전공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자격증과 새로운 직함은 덤으로 생겼다. 어문계열 전공을 거치며 일본어 능력시험 1급,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 중국한어수평고시 4급 등을 취득했다. 문학에도 눈을 떠 2009년 현대문예 시부문 신인상을 받고 정식으로 시인으로 등단했다. "다양한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내친김에 방송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에 입학해 석사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10여 년 동안 성적 우수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닌 성씨는 "하루에 두 세시간을 투자해 꾸준하게 공부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배움의 욕구가 생기면 체력이 허락하는 한 열정과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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