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수원시가 프로야구 10구단을 유치하는데 밑거름이 된 돔 구장 건설을 피하기 위해 단서조항을 이면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합의대로라면 돔 구장 건설이 불가능에 가까워 두 지자체가 전북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속임수를 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3일 경기도와 수원시에 따르면 두 지자체는 지난달 프로야구 10구단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4만석 규모의 돔 구장 건설 ▲지역 독립리그 운영 ▲지역 야구 붐 조성과 저변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중 2020년까지 짓기로 한 돔 구장은 프로야구계의 숙원으로 도와 시가 10구단을 유치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 4만석 규모의 돔 구장을 건설하려면 적게 잡아도 5,000억~6,000억 원이 소요돼 안산시, 화성시 등이 돔 구장을 추진했다가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경기도와 수원시는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2만5,000석 규모의 수원야구장이 포화가 되는 시점에서 돔 구장 건설을 추진한다'고 이면 합의한 것으로 드러나 돔 구장 건설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프로야구 특성상 라이벌 팀과의 경기나 플레이오프를 제외하고는 만원을 이루기가 힘들어 경기도와 수원시가 이 같은 합의로 빠져나갈 구실을 만든 뒤 공약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프로야구 8개 구단 가운데 평균 관중이 2만 명을 넘은 곳은 부산 롯데가 유일하고 한화, 넥센, KIA, 삼성 등은 7,000~8,000명에 불과했다. 신생팀 수원이 5년도 안돼 이를 능가하는 관중을 동원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경기도와 수원시는 이 같은 합의 사실을 프레젠테이션에서 밝히지 않았고, 염태영 수원시장이 기자회견에서 추진 방향을 짧게 밝혔을 뿐이다.
또 다른 공약인 지역 독립리그 운영도 연간 팀 당 40억 원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경기도 내 과연 창단할 팀이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성남이나 용인 같은 대규모 시들도 한 해 수억 원에 불과한 운영비가 부담돼 아마추어 팀을 잇따라 해산한 바 있어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수원야구장이 포화가 안 되는데 굳이 수 천억 원을 지원해 돔 구장을 지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 같은 합의를 했다"면서 "합의 사실을 대외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팬들은 "공공기관의 장들이 10구단 유치를 위해 돔 구장 건설을 확정한 것처럼 공약하고 뒤로 이면 합의한 것은 프로야구 팬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이면 합의한 배경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돔 구장 발표가 있자마자 유력한 후보지인 수원 권선구 당수동은 땅값이 두 배로 뛰는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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