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원로 및 각계 전문가들은 3일 박근혜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자기 혼자서 다 하려는 '나홀로 리더십'에서 벗어나 '함께 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운영 업무가 과거에 비해 매우 복잡해지고, 전문화됐기 때문에 박 당선인이 혼자서 비공개로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후임 총리 후보자 등 조각 인선에 대해선 "보안에 다소 문제가 생기더라도 검증을 비선 조직이 아닌 정부 조직 내 시스템을 활용해 공식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집권 여당과 참모진들이 박 당선인의 눈치만 보지 말고 국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현안들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이들은 '밀봉(密封) 인사'로 대표되는 박 당선인 리더십의 변화가 새 정부 순항의 필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박 당선인이 누구와 상의하는지조차 알려지지 않고 혼자서 결정하는 모습이 계속될 경우 국민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며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리더십은 지금 시대와 맞지 않기 때문에 공개적인 리더십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정운영과 인사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하지만 대통령의 책임이 늘어나면 정권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모든 것이 시스템으로 이뤄지면 대통령의 책임도 줄어 들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예부터 성군은 널리 인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많은 얘기를 듣는 게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의장은 "과거에는 자기 계보를 심는 테이블 인사가 주로 이뤄졌지만 '더 좋은 사람이 없을까' 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하는 게 진정한 리더십이자 국민통합"이라고 덧붙였다.
이철순 부산대 정외과 교수도 "주변 사람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수직적 리더십이 박 당선인의 가장 큰 문제"라며 "언로를 열어 놓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변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총리 등 조각 인선과 관련해선 공적 시스템과의 '협업'을 촉구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예민한 인사 문제의 경우 혼자 판단하면 예기치 않은 구멍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청와대와 경찰 등 공적 시스템과 주변 참모들과의 협업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내영 교수는 "정부 조직 내에서 주요 인사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제도화하고 거기에 검증을 맡기는 것이 맞다"며 "총리나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나 정책 방향에 대한 내용은 일반 국민들도 관심을 갖는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눈치를 보며 움직이지 않는 여당 및 참모진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결단을 내리는 것과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은 함께 가야 한다"며 "야당보다 여당에서 더 많은 지적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순 교수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측근들이 직언을 못하는 상황이 되면 정권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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