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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현장 중심의 과학 추구 전자정부사업 개척에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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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현장 중심의 과학 추구 전자정부사업 개척에 앞장"

입력
2013.02.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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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문제 해결의 달인'이라며 김흥남(56)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을 추천했다.

1990년대 초 펜실베이니아주립대로 유학을 갔다. 학과 내 한국 유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유난히 쾌활하고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선배를 만났다. 선배의 임대 아파트에는 대형 태극기가 거실 전체를 덮고 있었고, 20년은 족히 넘었음 직한 골동품 같은 금성사 TV가 놓여 있었다. 후줄근한 거실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선배는 과학자로서의 꿈과 한국 과학의 미래에 대해 열변을 토하곤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일개 유학생이 어떻게 저런 큰 꿈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학과의 한국 유학생들은 그를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그 선배가 바로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다.

유학시절 김 원장과 함께 팀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다. 제시된 4개의 프로젝트 중에 내가 관심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선배인 김 원장이 우기는 바람에 '유전 알고리즘을 이용한 그래프 분할 프로젝트'를 택했다. 김 원장은 나보다 다섯 살이나 많았지만 며칠 밤을 새고도 끄떡없는 강철 체력과 열정을 가졌다. 수많은 토론과 시행착오 끝에 우리는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당시 세계기록을 깼다. 그것이 후에 내 박사논문으로 이어졌으니 김 원장이 내 전공을 정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평소 고리타분하고 현장과 동떨어진 과학은 취향에 맞지 않는다던 김 원장은 신념대로 요즘 '현문현답'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장에 문제가 있고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라 한다. 아마도 현장의 복잡한 상황을 간단하고 명확하게 파악한 뒤 정리하는 능력은 김 원장을 따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전자정부 사업의 개척자다. 지금과 같은 편리한 우리나라의 주민등록 전산 시스템은 80년대 후반 김 원장이 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수행한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또한 이제 조선업계 현장에서 상식이 되다시피 한 대형선박의 선박장치 간 네트워크(SAN) 역시 김 원장이 임베디드 사업단장으로 재임하던 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조선업체를 설득해 처음 시작한 것이었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스마트 선박 시대를 주도하게 됐다.

김 원장은 지난 2008년 1년간 메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연수를 다녀왔다. 이를 계기로 기술과 경영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관심이 드디어 열매를 맺어 ETRI 원장이 됐다. 그의 에너지와 과학기술에 대한 열정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요즘 그는 정보 네트워크를 통한 집단 지성의 진화, 기술의 융ㆍ복합에 부쩍 관심이 많다. 대부분의 과학자가 자신을 다스리는 일에 가장 익숙한 데 반해 김 원장은 타인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데 달인이다. 그의 곁에 있으면 잃었던 열정이 솟아난다. 나는 지금까지 김 원장만큼 사심이 없고 애국심 강한 과학자를 만난 적이 없다. 공공 영역에서 이런 과학기술자를 가졌다는 것은 국가적인 행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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