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 본사 강당. 조현택 효성 사장은 공익재단인'함께일하는재단'의 정태길 사무국장과 손을 맞잡았다. 그룹 차원에서 사회적기업들을 위한 경영 컨설팅 지원 협약을 맺는 것이다. 조 사장은 협약서를 건네며"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효성은 창립 46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사회공헌 활동의 일대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큰 주제 아래 이윤의 사회 환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육성은 그 고민의 산물. 이날 함께일하는재단과 협력해 지원키로 한 사회적기업들은 모두 9곳. 자기주도학습(공부의신)을 전파하는 청년 기업부터 이주여성 일자리를 창출(에코팜므)하고, 재활용소재 패션(터치포굿)을 연구하며 심지어 동물학대를 방지(폴랑폴랑)하는 단체도 있다. 대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생활밀착형 사업 아이템을 적극 발굴ㆍ지원해 한국사회의 건강한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다.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은 창업지원금과 같은 1회성 시혜에 그치지 않는다. 효성은 매달 사회적기업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경영 이슈별 진단도 해준다. 또 부정기적으로 정보 공유회의를 열어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조현준 전략본부장(사장)은 "더불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대기업과 사회적기업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봉사가 효성의 기업문화로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봉사의 중심축이 사회적기업 육성이라면 '미소원정대'는 해외에서 효성을 알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효성의 글로벌 사업장 소재지역을 중심으로 의료 봉사를 통해 현지인들과의 교감을 강화하는 식이다. 이 가운데 베트남 동나이성 지역 빈곤층과 장애인들을 위한 무상진료 활동은 이미 연례 행사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지역 주민 1,000여명에게 치과ㆍ내과ㆍ외과 진료 봉사 등을 했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진료소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미소원정대의 국경 없는 나눔 활동은 기업 사회공헌의 모범 사례로 인정 받아 최근 한국PR협회의 '국제PR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업 특성을 살린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고 있다. 중공업 부문에서는 '장기부품 공급인증 제도'를 시행, 협력사가 안정적인 물량수급 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하고 있다. 효성은 부품을 공급하는 창원지역 60여개의 협력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했는데, 20여개 협력사와는 격월로 정기 미팅을 열어 원가절감 및 기술ㆍ품질개선 방법 등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전하고 현장 교육도 병행한다.
섬유 부문에서는 효성의 원사 제품을 공급 받는 고객사가 대부분 중소 원단업체인 점을 감안, 신제품 개발이나 해외판로 개척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섬유 전시회에서 협력업체와 공동 부스를 운영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효성의 섬유브랜드 크레오라는 국내 원사업체 중 처음으로 한국 대만 중국 브라질 등 세계 주요 시장의 원단ㆍ패션 업체를 상대로 매년 워크숍을 개최한다. 최신 원단 트렌드에 대해 1대1 상담을 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보다 차별화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효성의 나눔 활동이 특히 주목 받는 이유는 그 동안 금전식 기부가 대부분이었던 사회공헌 방식을 시민단체 및 정부와 연계한 일종의 '사회적 모델'로 업그레이드했기 때문. 가령 효성이 국제구호 비정부기구(NGO) '기아대책'과 함께 참여한 대학생 적정기술 봉사단 '블루챌린저', 해외 의료봉사단 '미소원정대', '함께일하는재단' 과 공동으로 진행한 사회적기업 지원 등은 기업과 시민단체의 상생 협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효성은 이와 함께 본사 및 지방사업장에서 사내 동아리 형태에 머물렀던 7개 봉사팀을 하나로 묶어 그룹 차원의 '효성 사회봉사단'으로 확대ㆍ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또 사회봉사가 기업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시민사회 전반을 아우를 수 있도록 외연을 넓혀갈 계획이다. 효성 관계자는 "최근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기업들의'사회적책임'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금전에 의존한 단순 기부에 치중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며 "사회공헌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기업과 NGO, 정부 간의 삼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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