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고감도 정찰기로 감시를 강화하고, 핵잠수함과 고성능 스텔스 폭격기 등 첨단 타격전력을 한반도 주변에 전진 배치한 것은 임박한 북한의 3차 핵실험 상황의 엄중함과 한미 당국의 상황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정찰ㆍ감시 차원에서 이지스함과 미사일 감시기인 코브라볼(RC-135S) 정도가 배치됐던 지난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당시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 전력이다.
지난달 31일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LA)급 핵잠수함 샌프란시스코함과 이지스 순양함 샤일로 함이 각각 경남 진해 해군기지와 부산항에 입항했다. 합참 관계자는 "다음 주 초 동해안에서 열리는 한미 해군의 연합 대 잠수함 훈련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측에선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수상함 수 척과 잠수함 등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예고되지 않았던 한미 연합훈련과 미 핵잠수함 공개는 무력과시를 통한 북한 압박 의도로 분석된다. 군 고위관계자는 "핵 잠수함 방한이나 연합훈련이 계획된 것이라고 해도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경우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 11잠수함전대 소속 6,900톤급 핵잠수함인 샌프란시스코함의 방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과 1차 핵 위기 상황이었던 1994년 이후 19년 만이다. 이 핵잠수함에는 수천㎞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관 4문이 있다. 부산항에 정박한 샤일로함은 9,800톤급으로 최신 함대공 유도탄 SM-3와 대지 공격용 토마호크 미사일, 함대함 유도탄, 어뢰 등을 장착하고, 대잠헬기(MH-60R)도 탑재돼 있다.
여기에다 미 해군 7함대 소속 항공모함도 조만간 한반도 주변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 본토에 있던 B2 스텔스 폭격기도 괌 기지에 전진 배치됐다. 한미연합사 관계자는 "정례적인 순환 배치"라고 했지만, 비상상황 대비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B2는 스텔스 폭격기 중 유일하게 초대형 관통탄 벙커버스터를 장착할 수 있다. 벙커버스터는 이론상 북한의 핵 실험장이나 북한 수뇌부의 지하 벙커까지 타격 가능하다.
미국은 또 고감도 탐지 장비를 실은 정찰기를 오키나와 주일 미군 가데나기지에 배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정찰기는 북한이 우라늄 핵무기 실험을 실시하는지 여부에 대한 해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서 강력한 억지력을 행사하겠다는 미국의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군사적 시위이고, 동맹국을 관리하는 국제적인 전략적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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