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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10개에 4만원…" 설 대목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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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10개에 4만원…" 설 대목이 사라졌다

입력
2013.02.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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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 800g 샀는데 4,000원 줬어. 물가가 왜 이리 비싼지 지난해보다 1,000원 올랐다니까. 조상님께 죄송하지만 차례상에 올릴 음식 수를 줄여야 할 거 같아."

1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만난 정정화(76)씨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경기 수원시에서 지하철로 1시간 반 내달려 도착했지만 생각보다 물건 값이 비쌌기 때문. 집 인근 대형마트 3곳은 가볼 생각도 하지 않고 경동시장을 찾은 터라 실망감은 더했다. 정씨는 제수물품을 집었다가도 "지난해보다 두 배는 비싸진 거 같다"며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은 김모(48)씨도 예상보다 오른 물가 탓에 가벼운 장바구니를 든 채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지난해 3만원도 비싸다고 여겼는데 올해엔 배 한 박스(8~10개)에 4만원 달라고 해 놀랐다"며 "산적용 쇠고기 등은 가격 부담이 적은 수입산을 써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연중 최대 대목인 설 명절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설을 맞이하는 소비자, 상인들의 마음이 무겁다.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데다 물가까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장바구니 물가인 신선식품지수는 한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3%, 전달보다 6.1% 올랐다. 품목별로는 배추가 26.0%, 시금치 22.2%, 풋고추 19.0% 상승했다. 한국물가협회 김기일 조사연구원은 "지난해 여름 태풍피해로 수확량이 감소한 사과, 배 등 과일류는 가격 상승폭이 특히 크다"며 "설이 가까워질수록 수요는 늘어나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차례상 차림 비용(전통시장 기준) 역시 전년보다 3~6% 늘어날 전망. 한국물가협회는 올해 차례상을 차리는데 지난해보다 3.8% 증가한 19만4,950원,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는 20만8,084원(6.5% 증가)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굳게 닫힌 지갑에 상인들은 울상이다. 물건 값 흥정하는 소리가 사라진 을씨년스러운 시장에서 상인들은 가게 한 귀퉁이에 쪼그려 앉아 추위를 달랬다.

가락시장에서 청과홍과농산을 운영하는 염승호씨는 "대목은 무슨, 매출도 반 토막 나 가게 유지하기도 빠듯하다. 잔뜩 싸놓은 사과, 배, 딸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참조기, 고등어 등 수산물을 파는 박모씨도 "어류는 2, 3일 안에 다 팔아야 하는데 도무지 손님 보기가 어려워 밑지고라도 팔아야 할 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설 물가 안정을 위해 쌀, 돼지고기 등 16개 농ㆍ축ㆍ수산물 공급 물량을 평소보다 1.5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공급량을 늘리기 힘든 채소, 과일, 수산물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상인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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