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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떻게 지구의 '갑'이 됐나… 문명 창조하고 환경 파괴해 온 200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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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떻게 지구의 '갑'이 됐나… 문명 창조하고 환경 파괴해 온 200만년

입력
2013.02.0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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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수백 만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우리는 생겨났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이전부터 지구상에 살고 있던 쥐와 늑대, 바퀴벌레와 검치호랑이 그리고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틈새에서 피부마저도 약하기 짝이 없게 타고났지만 다른 동물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46억년 된 지구를 조금씩 지배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직립 보행을 하며 깊이를 인식하고 거리를 가늠할 수 있는 원근법적 시각을 갖게 되고 월등히 커다란 두뇌로 발명한 각종 도구를 고도로 조직화된 손으로 척척 사용할 수 있게 된 덕이었죠. 100만년이나 계속된 빙하기를 견디며 살아남은 우리는 진화를 거듭해 이제 지구의 지배자가 됐습니다. 더위와 추위, 사막과 바다, 맹수와 벌레, 병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든 것과 싸워왔고 정복에 성공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는 바로 인간입니다.'

독일의 대표적 언론인이자 20여권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작가인 저자 볼프 슈나이더는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해 미약한 종족에서 오만한 지배자로서 거듭나기까지 200만년에 걸친 장구한 세월에 걸친 성공기를 한편의 이력서로 엮어냈다. 1958년 6월 18일자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매주 '인류 1백만년-식량이 부족할 때조차도 지구의 하루는 너무 비좁다'를 연재했던 일을 계기로"유인원이 지구의 지배자가 되고 그들이 지구를 황폐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그린 '인류의 장편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지 50년만의 일이었다. 수백 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했던 저자는 호모 에렉투스부터 현생인류에 이르기까지 지구 곳곳으로 뻗어나간 인간이 어떻게 모든 종을 지배하고 군림하게 되었는지를 솜씨 좋게 풀어간다.

이 긴 여정은 도전과 우연의 연속이었다. 불의 발견, 개와 말의 사육, 농업의 발명, 세계 최초의 도시 건설과 약탈과 살육으로 점철된 제국주의 시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과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세계 대전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숱한 도전에 응전해왔다. 그 결과 차와 비행기로 세계를 여행하고 굶주림이 아닌 비만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의 사치를 당연시하는 후기 자본주의를 살게 됐다.

하지만 풍요로움에는 대가가 따른다. 지난 1백 년간 인류는 10억 톤에 이르는 플라스틱을 생산했고 이중 상당수는 거의 영구적으로 썩지 않는 쓰레기 더미가 돼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도시화로 인한 인구 과밀 현상, 숱한 생물의 멸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도 심각하다. 물 부족과 에너지 고갈, 자원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군비경쟁도 인류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지구의 오염은 심각한데 인간은 그 위에 군림하려 할 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행동한다. 맹목적인 낙관론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경고한다. 또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소비를 꿈꾸는 인류를 향해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망상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현재를 위해 미래에 대한 약탈 행위를 중단하자고 주장한다. '인류의 이력서'가 계속되기 위한 전제 조건에 저자의 의제설정과 고심이 돋보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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