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이란 핵보다 북한 핵이 더 위협적이며 북한의 도발은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중심(재균형) 전략의 핵심 타깃이라고 말했다. 헤이글은 31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국방장관 인준청문회에서 이란을 '심각한 위협'으로 표현한 뒤 북한은 '위협 수준을 넘어선'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실질적인 핵 보유국이며 행동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그 같은 평가의 이유로 들었다.
헤이글은 존 케리 신임 국무장관과 함께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화론자로 알려져 있으나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에 유화적인 발언은 일절 하지 않았다. 헤이글은 오히려 10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나면서 국방부의 전력을 아태지역으로 재편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가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문회 모두발언에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자 미국에는 점증하는 위협이라고 평했다. 국방장관이 되면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 격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헤이글의 발언은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현재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헤이글은 이란 핵 문제와 관련,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로비가 워싱턴 정가를 위협하고 있다"는 2006년 발언은 공식 사과하고 이스라엘을 향해 친구, 동맹이란 말로 친근감을 표했다. 그러나 주요 현안의 답변에 일관성이 떨어지거나 답변을 유보해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과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헤이글이 과거 이라크 증파 등을 반대한 점을 비판하며 인준 반대를 공개 천명했다. 백악관은 헤이글의 청문회 성적이 완벽하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인준 통과를 낙관했다. 인준 투표는 7일 열린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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