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충격에서 벗어나 후일을 기약하려는 본격적 재정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어제 김성곤 위원장과 최규성ㆍ이상민 부위원장 등 20명으로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 전당대회 일정과 규칙 논의에 들어갔다. 충남 보령에서 1박2일 일정의 워크숍을 열어 대선 평가와 반성, 앞으로의 노선 검토에 들어갔다. 늦었지만 2월 임시국회와 설 연휴에 앞서 재정비에 나선 모습이 반갑다.
민주당의 재정비가 순탄하리란 보장은 없다. 계파 별 인식 차이가 크고, 당 전체의 이해보다 계파 이해를 앞세우는 태도도 남아있다. 준비위 구성이 계파 안배로 이뤄져 전당대회 일정과 규칙 등을 둘러싼 논란도 예고했다. 실제로 김 준비위원장이 전당대회 시기를 5월 중순께로 전망하고, '모바일 투표'의 부분 유지 가능성을 언급한 것만도 비주류의 반발을 불렀다.
이런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재정비 발걸음을 반기는 것은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김 준비위원장이 보인 합리적 인식 때문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어제 워크숍에서 "계파주의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쓰나미가 다 쓸어 가는데 냉장고나 TV는 챙겨서 뭐하냐"고 말했다. 계파를 인정하되, 그에 좌우되지 않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를 강조했다. 그의 이런 자세는 '성숙한 야당'주문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그는 "민주ㆍ반민독재ㆍ반독재, 진보ㆍ보수, 좌ㆍ우, 종북ㆍ반북, 분배ㆍ성장 등 극단적 이념의 덫에 걸려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의 정체성은 변함없이 중도개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발목잡기, 트집잡기, 딴죽걸기, 호통치기는 안 된다"며 "잘못 한 것은 냉혹히 비판하되 잘한 것은 과감하게 칭찬하고 적극 밀어줘야 한다"고 정부ㆍ여당에 대한 자세 변화도 함께 요구했다. 이런 현실적 자세는 '중도화'와 '탈(脫)이념화'를 강조한 김 준비위원장도 다르지 않았다.
이런 인식이 당내에 널리 퍼져 민주당이 하루빨리 거듭나기에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제1야당은 지혜롭고 포용적인 여당과 함께 한국정치의 안정과 발전에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