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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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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채용방식, 전산통합, 하나고 출연, 외환은행 상폐까지 사사건건 신경전

외환을 계열사로 보는 하나금융 vs 특수은행 프라이드 강한 외환은행

5년 독립경영 문구 갈등의 씨앗

“독립경영은 하나은행으로부터 독립된 투 뱅크(two bank)체제를 말하는 것이지 컨트롤타워인 하나금융지주조차 외환은행 경영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하나금융)

“하나금융과 5년 뒤 합병 ‘논의’를 하기로 했지 합병을 하기로 한 게 아니다. 고로 합병을 전제한 외환은행 주식 확보 등은 명백한 합의 위반이다.”(외환은행 노동조합)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된지 1년여. 그간 하나금융은 ‘부모’(모회사)라는 입장에서 외환은행을 길들이기 위해 애썼고, 외환은행은 그때마다 ‘5년 간 분가’(독립경영)하기로 한 약속을 깨지 말라며 반발해 왔다. 이처럼 금융권에서 유례없는 자존심 싸움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1년 전 외환은행 노조를 끌어안기 위해 ‘독립경영’을 인정해준 점이 갈등의 직접적 원인이겠지만, 여기에 외환은행 내에 뿌리 깊은 ‘특수은행’이란 자부심도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2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의 자회사 편입 이후에도 명칭을 유지하고 독립법인으로 존속하며 편입 5년 뒤 대등합병 원칙에 의해 합병을 협의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후 ‘한 지붕 두 가족’ 공존에 파열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5월 “외환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최종승인을 하나금융 자회사인 하나다올신탁을 통해 받으라는 지주사의 지시와 상반기 외환은행 신입직원을 지주 내 다른 자회사와 함께 교육시키려고 하는 것은 독립경영 보장 사항 위반”이라며 성명서를 낸 것이다.

이후에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하나ㆍ외환의 전산망 통합 문제(2012년7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하나고에 외환은행 자금 257억원을 출연하는 문제(10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잔여 지분 40% 확보 결정 및 4월 외환은행 상장폐지 문제(2013년1월) 등 사사건건 대립 반목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외환은행 노조가 ‘독립경영’을 내세우며 투쟁에 나설 때마다 결국 하나금융이 뒤로 물러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외환 노조가 하나ㆍ외환은행의 전산망 통합 작업을 반대하는 1인 시위와 본점 피켓시위를 벌이자 두 달 뒤 하나금융은 “강행하지 않겠다”며 방침을 철회했다. 이어 10월에는 외환 노조가 “외환은행이 하나고에 257억원을 출연하는 건 은행법에 어긋난다”며 금융위에 진정서를 제출해 12월 금융당국의 위반 결론을 끌어냈다.

사실 금융권 안팎에선 ‘5년의 독립경영’ 합의문이 공개됐을 때부터 우려가 많았다. ‘투 뱅크 체제 후 통합’에 성공한 선례는 ‘신한 + 조흥은행’ 모델이 유일한데 그때도 독립경영 기간은 3년 정도였다. 또 신한은행에 흡수된 조흥은행은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부실화가 심각한 상태였지만 외환은행은 순이자마진(NIM)이 2.2%대로 은행권 최고 수준인데다 직원 연봉도 평균 5,000만원 이상으로 업계 톱이다. 애초 부실한 기업을 구제하기 위한 인수가 아니라 잘 나가는 은행을 모셔 온 셈이다.

게다가 외환은행은 태생적으로 엘리트 의식이 강한 집단이다. 외환은행은 1967년 한국은행에서 분리된 후 외국환 전문은행으로 출범해 한국 기업들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사실상 공공은행의 역할을 해 왔다. 특수은행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강해 직원 평균 근속 연수도 17년 이상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길다. 그러다 보니 외부 조직에 대한 거부감이 그만큼 깊은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 상장폐지를 놓고 또 한번 충돌하고 있다. 이번에는 외환은행 독립경영 약속의 본질과 직결된 것이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전문위원은 “하나금융이 독립경영 합의 1년 만에 외환은행 잔여지분 40% 확보를 통한 합병절차를 밟고 있다”며 “1인 시위와 집회, 법률적 검토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도 이번만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주식교환으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간 이해상충 여지를 해소하고 외환은행의 주주관리 비용절감 등 경영 효율성을 달성해 궁극적으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실현할 것”이라며 “주식교환 이후에도 독립경영은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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