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도둑들'에 출연하며 6억원을 받았다. 흥행작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주연배우 이병헌의 출연료도 6억원이었다. 한류스타 배용준은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출연하며 기본 출연료에 부가판권료를 더해 회당 약 2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3사 방송사에서 보조출연자를 제외한 배우가 받는 최저 출연료는 60분짜리 주말드라마 기준으로 회당 약 33만원이다. 배용준이 받는 금액의 757분의 1 수준이다.
방송사 드라마 출연료는 최저 6등급에서 최고 18등급까지 총 13단계로 구분된다. KBS를 기준으로 10분 기본 출연료가 최저 3만4,650원에서 최고 14만6,770원까지 단계적으로 오른다. 일당을 받고 출연하는 보조출연자는 별도로 정한 금액을 받고,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주조연 배우들은 18등급 배우들보다 훨씬 많은 출연료를 받는다. 등급제를 따르는 배우들은 지방 촬영의 경우 경기도 3만원에서 경남ㆍ전남 지역은 7만5,000원의 교통비를 받고, 야외ㆍ철야 수당으론 등급에 따라 13만5,000원~14만5,000원을 받는다. 숙박비와 식비는 공히 각각 4만원, 8,000원이다. 영화는 방송사 드라마와 달리 정해진 출연료 규정이 없다.
등급은 경력, 인지도, 출연작의 수와 시청률, 수상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해진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등급을 상향 조정할 경우엔 까다롭게 수치를 적용하지만 하향 조정할 경우엔 수치보다는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로 얼굴이 알려진 배우 이중성은 최근 한 토크쇼에 출연해 "10년차 배우인데 방송사 탤런트 등급이 7등급으로 거의 신인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ㆍ드라마 제작에선 강자도 약자도 모두 배우다. 주연배우의 입김은 종종 드라마 제작과 캐스팅을 좌지우지할 만큼 강력하다. 해외로부터 투자를 끌어올 수 있는 배우의 출연료는 회당 1억원을 가볍게 넘기기도 한다. 주연배우가 같은 소속사의 신인 배우를 동반 캐스팅하는 조건으로 출연 계약하는 일도 흔하다. 소속사가 없는 무명배우는 이 세계에서 가장 힘이 없는 존재다. 배역을 따내는 것도 힘들지만 힘들게 출연하더라도 출연료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종종 떼이기까지 한다.
지난해 12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KBS를 상대로 미지급 출연료 지불과 출연료 지급보증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KBS는 "외주제작사에 제작비를 전액 지급했기 때문에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외주제작사의 책임"이라고 맞섰다. 출연료를 받지 못한 연기자들이 들고 나온 현수막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는 연기하는 대한민국 노동자입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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