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에서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9)씨가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정부, 여당에 유리한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120건이나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경찰과 국정원은 각각 "사적인 글 외에는 찬반 의사표시만 했다", "게시물 작성은 없었다"고 주장해와 사건 축소ㆍ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30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 28일부터 불법선거운동 의혹이 불거진 12월 11일까지 아이디 11개를 사용해 인터넷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에 91건, '보배드림'에 29건의 글을 게시했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이름과 정당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4대강 사업,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민감한 정책에 대해 정부, 여당의 입장을 옹호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진보성향 오유 게시판의 타인 글에 남긴 99차례의 찬반 의사표시도 일관되게 정부, 여당을 옹호했다.
지난해 11월 말 게시한 글에서는 전날 한 토론회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주장한 '금강산관광 즉각 재개'를 비판하는 듯 '신변안전보장 약속이 없으면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내용을 적었다. 또 제주 해군기지 관련 글은 예산안 처리를 보류한 민주통합당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대선직전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대선 관련 댓글은 없었다"고 했다가 게시물 존재를 확인한 뒤인 이달 3일에도 "대선에 대해서는 '찬반 표시'만 했을 뿐 글은 올리지 않았다"며 김씨의 정치 관련 이슈 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대북심리전 활동을 위한 글로, 정상적인 활동일 뿐 선거 개입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부, 여당 옹호에 야당 비판 일색인 김씨의 글을 대북심리전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 요원으로 종북단체 활동 등을 파악하는 게 고유업무"라고 진술했다.
특히 경찰이 김씨의 온라인 활동 실체를 파악하고도 축소해온데다, 단순한 수사를 장기화하는 등 그간 석연찮은 자세를 취해와 경찰 상부와 국정원의 입김이 수사에 작용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는 실정이다.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짙은데도 말단 직원 외에 상급자나 윗선 조사가 없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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