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 동남부의 작은 내륙국가 말라위.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이라는 아름다운 별명이 무색하게 주민들은 열악한 의료 환경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겨우 0.022명. 아프리카 평균 0.217명에도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심각한 건 백내장에 의한 실명으로, 실명자가 전체 인구의 1%나 된다. 말라위에는 전국에 안과의사가 단 7명뿐이다.
31일 오후 4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선 말라위 백내장 환자들 돕기 위한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세브란스 병원과 정몽구 재단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말라위 실명예방사업’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이날 협약식에는 글로벌 개발 서밋 참석차 방한한 조이스 반다 말라위 대통령도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일명 ‘달리는 안과병원’으로 이름 붙여진 이동형 실명예방센터는 정몽구 재단이 제공한 대형 컨테이너와 트레일러 차량에 코이카에서 지원한 의료장비를 싣고 세브란스 병원 의료진이 타게 된다. 의료진은 6월부터 1년 동안 말라위 수도 릴롱궤 인근 치무투 지역과 그곳에서 80km가량 떨어진 음친지 지역을 오가며 보건 교육, 수술 등 의료 활동을 펼친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서경률 교수와 함께 말라위 현지에서 의료활동을 하게 될 윤상철 교수는 “사업의 목적은 단지 1년간 우리 의료진이 그들을 치료해 주는 것이 아니라 말라위 현지 의사들을 교육시켜 스스로 백내장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부터 2년간 에티오피아에서 의료 활동을 하던 윤 교수는 출장 갔던 말라위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본 후 이 사업을 제안하게 됐다. 말라위에는 한국기업이 설립한 대양누가병원이 있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도 괜찮은 편이다.
윤 교수는 “본격적인 현지 활동은 6월부터 진행될 예정인데, 3월쯤 현지 의사 2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미리 이론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현지에서 이뤄지는 의료 활동 역시 말라위 의사 상대의 현장수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윤 교수가 생각하는 1년 수술 횟수는 1,000번. 습득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수술 참관과 집도를 합쳐 그 정도면 혼자서 수술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총 7년간 1년에 2명씩 14명 정도의 현지 안과의사를 길러내 백내장 치료를 현지화하는 것이 그의 당찬 포부다.
반다 대통령은 “안 그래도 가난한 나라인 말라위는 많은 국민들이 실명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한국의 도움으로 많은 국민들이 건강을 되찾고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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